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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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한 사기업이 출산 직원 자녀에게 현금 1억원을 직접 지급하는 파격적인 출산 장려 대책을 내놓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며 “산모나 출생아를 수혜자로 지정하고 출산과 양육지원금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 4월15일 시작한 설문에 4월26일까지 1만2881명이 참여해 1억원을 손에 쥐면 청년들이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게 될지 갑론을박하고 있다.

권익위가 밝힌 대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280조원의 재정이 투입되었음에도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저출생의 원인은 사회구조와 문화 탓이다. 아이를 낳은 여성의 경력 단절, 임신과 육아 휴가 사용의 불편함, 막대한 양육비와 여성의 독박육아, 집값 상승 등 거주 불안, 소득 불평등 확대로 인한 양육 환경의 차별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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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년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일까. 인간은 선택의 상황에서 실현성이 좀 더 높은 것을 고른다. 내 선택의 실현 과정에 방해 요소가 없거나 적은 상황을 선호한다. 초저출생의 원인을 단순화하자면 ‘결혼과 육아’라는 선택보다 ‘비혼과 비출산’이라는 선택이 좀 더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 청년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결혼과 육아라는 선택은 청년들에게 해보지 않은 삶이다. 경험하지 못한 상황은 통제하기 어렵다. 변수가 많아서다. 한 사람의 배우자를 만나 같이 살아가는 일, 싸워도 화해하는 일, 서로의 부모 형제자매와 관계를 맺는 일, 아이를 낳고 잘 키우는 일, 아이가 커가면서 좋은 양육 환경과 거주지를 마련하는 일, 이 와중에도 자신의 직업을 지속하고 일터에서 살아남는 일, 늘어난 수명에 배우자와 긴 노후를 함께 대비하는 일 등은 ‘결혼과 육아’를 선택하면 나에게 닥칠 일이 된다.

이런 일들은 내가 ‘비혼과 비출산’을 택하면 반 이하로 줄어든다. 내 몸과 내 미래만 건사하면서 이제까지 살던 대로 살면 된다. 그런 미래는 불확실해도 불확정적이지는 않다. 불확실한 미래는 통제할 수 없고 지금 걱정해봐야 별 소득이 없다. 내일 내가 교통사고를 당할지, 복권을 사면 당첨될지는 불확실하고 우연적이어서 예측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불확정적인 미래는 참을 수 없다. ‘결혼과 육아’는 불확정적 미래다. 내가 지금 확정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확정하지 않는 것이 지속해서 내 인생에 놓인다면 그건 오늘의 숙제를 해결하지 않고 잠들어버리는 것과 같다. 매일 엄청난 양의 선행학습 과제를 오늘 풀지 못하면 조만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쌓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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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숙제를 쌓아놓으면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혼난다. 커서 거지가 되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고 협박당한다. 이렇게 협박해도 오늘의 숙제를 해결하지 않는 아이에게 부모는 아이의 고민을 차근차근 들어주기보다는 ‘돈’으로 빨리 해결하려고 한다. ‘얼마면 되냐고?’ 아이와 협상한다. 아이가 마지못해 돈을 받아 드는 이유는 돈이 좋아서가 아니라 돈을 받으면 부모가 안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이는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눈치를 본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커온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한다. ‘이러다 나라 망한다’고 협박해온 사회는 이제 전술을 바꿔 ‘얼마면 되냐’고 협상을 걸어온다. 그러나 청년들은 안다, 이제 부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어른이 됐다는 것을. 청년들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결혼과 육아’라는 불확정적 미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했고 키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청년들의 선택을 사회가 존중하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자기 생각을 밀고 나갈 힘과 기회를 잃을 수 있다. 그건 저출생보다 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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