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 다섯째)이 지난 3월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 다섯째)이 지난 3월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종필 |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16일 국무회의에서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며 부담금 정비를 주문했다. 이에 소관 기관들은 정비 방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고, 조정을 거쳐 지난 3월27일 32개에 달하는 부담금 폐지(18개) 또는 감면(14개) 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부담금 규모는 2023년 말 기준으로 91개 24조원에 이른다. 혹자들은 부담금을 준조세라고 부른다. 부담금은 무엇이고 왜 납부하게 될까? ‘부담금관리기본법’에서는 부담금을 ‘반대급부 없이 특정한 공익사업 수행을 위해 조세 외에 공공주체가 부과하는 금전지급 의무’라고 규정한다. 부담금에는 사용료, 이용료, 분담금, 부과금, 부담금 등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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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부담금 정비 배경으로 국민의 체감 부담을 완화하고(8개), 기업 경제활동을 촉진시키고(11개), 경제·사회 여건이 변화했다는 점과 실효성이 미흡(13개)하다는 점을 꼽는다. 정부 주장대로 국민 부담을 일부 덜어주는 방안이 있지만, 그보다는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주거나 환경 문제를 등한시하는 폐지·감면안이 더 눈에 띄는 게 사실이다.

이번 부담금 정비 방안의 문제점은 크게 환경적 측면과 재정적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볼 때, 우선 정부가 그동안 기후위기의 대책으로 마련했던 대책들과 상충한다. ‘농지의 효율적 보전·관리 및 산림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뒷받침’한다는 이유로 농지전용부담금과 대체산림자원조성비의 부과요율을 인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가뜩이나 농지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농업진흥지역의 부담금을 감면하는 것은 무분별한 개발을 장려하는 것과 같다. 특정물질 제조·수입부담금에서 특정물질 제조·수입업자의 영세성을 감안해 제2종 특정물질(수소불화탄소가스)에 대한 부과요율을 인하한다는 방안은 더 큰 문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 4월 ‘2024년부터 지구온난화 물질인 수소불화탄소가스를 감축할 예정’이라고 밝힌 지 1년도 되지 않아 정책이 후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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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첫째, 부담금 경감 내지 폐지에 따라 감소하는 재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정부는 이번 부담금 정비로 2조원이 감소한다고 했다. 각각의 부담금은 기금이나 특별회계 등에 사용되어왔다. 환경개선금은 환경부 소관의 환경개선특별회계, 개발부담금은 해당 지자체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의 재원으로 쓰인다. 둘째, 이번 정비 방안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세입예산만 5600억원가량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감소액이 특정 지자체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 세수가 급감한 상황이라 이들 지자체는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정부 발표와 달리 국민이 체감하는 경감액은 미미한 반면 기업 부담은 크게 줄게 된다. 일반인은 출국납부금(1만1000원→7000원) 외에 감경되는 금액이 소액에 그친다. 영화관람료부담금은 영화 1편당 500원 남짓이고, 전기료에 부과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667원 줄어드는 정도다. 자동차사고 피해지원사업분담금은 차량 1대당 연간 600원 줄어들 뿐이다. 넷째, 민간의 공적 재정 책임을 과도하게 감면해준다. 학교용지부담금의 경우 학령 인구의 감소로 학교 신설 수요가 없다는 것이 폐지 이유다. 지역 상황에 따라 학교를 새로 지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국민이 그 비용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전형적인 이윤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다. 개발부담금의 경우 2024년에만 50% 감면한다지만 정부 의도대로 분양가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스란히 민간개발업자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 정비 방안이 정부 주장대로 국민 부담을 일부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의 일부 완화가 환경적 측면의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완화시켜주는 것이라 하더라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또한 기업 부담의 대폭 경감은 공적 책임의 완화라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비 방안이 발표되었다고 바로 시행되지는 않는다. 폐지되는 18개의 부담금은 법률 개정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물질 제조·수입부담금처럼 시행령 개정으로 정비가 가능한 13개의 부담금은 정부 뜻대로 7월부터 시행할 수 있다. 이런 일방통행식 결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