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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당사는 용산에 있다

등록 :2023-01-25 18:55수정 :2023-01-26 10:27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편집국에서] 황준범 | 정치부장

나경원 전 의원은 결국 살아온 경로를 벗어나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적대심 혹은 반감을 뚫고 이겨낼 디엔에이(DNA)를 과연 갖고 있을까 의문”이라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예측대로, 그는 국민의힘 당대표 불출마 선언으로 한달여 기간 동안 이어진 관찰카메라를 마무리했다. 그를 ‘정치인’으로 보는 이들은 4선 국회의원에 원내대표 경력과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그가 이번에는 패배를 감수하고 당대표에 출마하는 외길 승부수를 택할 것으로 보기도 했지만, 그는 저항이나 도전과는 거리가 먼 ‘나경원 스타일’을 깨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단합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같은 심정으로” 불출마를 결심했다는 그의 말은 존중하지만, 윤 대통령의 뚜렷한 비토와 당 소속 의원들의 공격, 그에 동반한 지지율 추락이 아니었다면 그의 선택은 180도 달랐을 것이다.

이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심’을 등에 업은 김기현 의원과, 설령 당대표가 되더라도 나경원·유승민보다는 대통령실이 덜 위협적으로 여기는 안철수 의원의 2파전으로 치러진다. 대통령실이나 친윤계는 중차대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 뜻대로 전당대회 판이 짜였다고 안도할 것이다. 하지만 정당민주주의가 집권당에서부터 무너지고,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가 다름 아닌 집권세력 안에서부터 파괴되고 있다는 점 또한 분명히 인식했으면 한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지금까지 8개월은 대통령이 여당을 예속기관화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친윤계는 이준석 당대표를 두차례 윤리위원회 징계(당원권 정지 1년6개월)를 통해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준석을 혐오하는 윤 대통령의 속마음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대표”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윤리위 회부 사유인 성상납 관련 의혹은 이준석 축출을 위한 지렛대였을 뿐, 본질은 ‘윤심대로’였다.

총선 공천을 맡을 당대표를 뽑는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앞뒤 재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7 대 3으로 반영하도록 한 전당대회 규정을 18년 만에 ‘당원 투표 100%’로 바꿨다. 유승민 전 의원을 배제하려는 장치였다.

이어 벌어진 ‘나경원 주저앉히기’는 정당민주주의와 자유 파괴의 정점이다. ‘애초 전당대회 출마 생각이 있었다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는 등의 지적과 별개로, 권력을 쥔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집단 폭력’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대통령실은 저출산 대책과 관련한 나 전 의원의 언급을 고리 삼아 그를 공격하고, 윤 대통령은 그의 사표 제출에 ‘해임’으로 응수했으며, 김대기 비서실장도 실명으로 공개 면박을 주고 나섰다.

보수정당 역사에서 대표적 ‘찍어내기’ 사례로 2015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유승민 축출’이 꼽히지만, 그 일은 유 전 의원이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한 국회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원이면 누구라도 권리가 있는 전당대회 출마 자체를 악력으로 틀어막았다.

그렇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미래지향적 정책 논쟁은 실종된 채, 오로지 ‘윤심’ ‘친윤’ ‘반윤’만 나부끼고 있다. 게다가 당 건강성 사수의 첨병으로 여겨져온 초선 의원들 50명이 뭉쳐서 오히려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집단성명을 냈다. 보수정당에 수십년 몸담아온 인사들조차 “대통령과 핵심 세력이 이토록 특정인을 집단 공격하고 여당을 무력화하는 모습을 본 적 없다”고 혀를 차는 이유다.

‘윤심’의 위력을 확인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까지는 공천을 의식해 대통령 눈치나 보며 조용히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 나 전 의원은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당대표 출마로 그걸 몸소 입증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어서 울림은 약하다. 3월8일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대표로 선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윤 대통령은 승리했고, 정당민주주의는 죽어가고 있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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