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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칼럼

누가 윤 대통령에게 ‘방울’ 달 수 있을까

등록 :2022-10-06 18:02수정 :2022-10-07 15:47

[아침햇발]
윤석열 대통령이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오며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김성한 안보실장(가운데)에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고)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문화방송 뉴스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오며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김성한 안보실장(가운데)에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고) ○○○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문화방송 뉴스 갈무리

최혜정 |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한마디가 이렇게 온 나라를 뒤흔들 거라 예견한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의 진상규명 요구에 따라 ‘개그를 다큐로 받은’ 여권은 이 사태의 본질은 <문화방송>(MBC)의 자막조작 사건이라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며칠 사이 휘몰아친 대통령실과 여당의 대응 과정을 복기하다 보면 근원적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왜 참모들은 처음부터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하지 못했을까.

비속어가 ‘사적 발언이라 문제될 것 없다’던 대통령실은 이후 13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한국의 음성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하고 결과를 받느라 시간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윤 대통령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그렇다면 제3자에게 의뢰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직접 화면을 보여주고, 발언 여부를 재확인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게 정석이다. 이 과정을 진행하지 못했던 참모들은 윤 대통령의 뒤늦은 격노에 ‘집단 멘붕’에 빠졌다고 한다. 이어 대통령 가이드라인에 따라 황급히 수습에 나선 최종 결과가 현재의 언론탄압과 진영 간 대결이다. “바이든”은 안 한 게 확실하지만 “××”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의 ‘선택적 기억력’은 거짓말 논란으로 확산됐지만, 여권 인사들은 자신들의 기억까지 스스로 삭제해가며 대통령 비호에 나서고 있다.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핵심 동력은 대통령의 고집과 분노인데, 문제는 윤 대통령의 일상화된 호통이 참모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윤 대통령의 ‘불같은 성격’에 대한 일화들이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보고를 받을 때는 호통 섞인 고성이 집무실 밖까지 울리는 일이 잦다고 한다. 다음 보고 차례를 기다리던 이들은 그 소리에 기가 질려, 아예 보고 시간을 ‘분위기 괜찮은 때’로 미루고 되돌아간다. 어느 부처의 장관은 정부 출범 초기 부처 인사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가 “혼이 나갈 정도로 깨져서” 지금껏 주눅 들어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교육부가 대대적으로 개혁해서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공식 브리핑의 내용인데, 실제 회의에선 반도체 인력 양성에 난색을 표하는 교육부 차관에게 ‘교육부를 없애버리겠다’는 취지로 호통을 친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일각에선 대통령 화법에 대한 참모들의 이해가 부족한 게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어떤 제안이나 의견을 제시했을 때 윤 대통령이 화를 내면 일단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얘기를 꺼내면 된다. 결국은 대통령이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대통령이 누군가에 대해 화를 낼 때, 옆에서 ‘그건 아니고요’라고 변명해주면 안 된다. 대신 더 크게 화를 내고 흥분하면 대통령이 ‘그것까진 아니고…’ 하며 누그러진다”고 말했다. 비록 화는 자주 내지만 뒤끝은 없는 호탕한 스타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웬만한 맷집을 갖고 있지 않고서야 대통령의 호통을 들은 이가 직언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화내는 최고 지도자 앞에서 할 말을 한다는 건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하는 것인데, 이런 분위기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취임 이후 김건희 여사 비선 논란을 비롯해 관저 공사 특혜 수주, 대통령 동선 노출 경위 등 숱한 의혹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비속어 논란 역시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변모한 데는 ‘이렇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누구도 말하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참모들이 대통령과 소통하지 못하고 직언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고립되고 성역화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 앞에 공개되는 출근길 문답에서도 종종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태도 논란을 빚었다. 이에 그는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가 할 일은 국민들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뜻을 잘 살피는 것”이라며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것은 변하지 않은 대통령의 불통과 참모들의 일사불란한 심기경호 모습이다. 대통령의 ‘호통 리더십’은 피의자 앞의 검사로서, 또는 검찰총장으로서는 통했을지 모르나, 다른 의견도 포용하고 수용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선 적절치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윤 대통령을 향해 “호통 개그로 성공한 사람은 박명수씨뿐”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새겨들을 일이다.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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