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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칼럼

김건희 박사의 학위논문을 다시 읽으며

등록 :2022-08-04 17:33수정 :2022-08-05 10:38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힌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힌 후 당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아침햇발]  정남구 ㅣ논설위원

어떤 남녀가 궁합이 좋을까?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 옮겨본다. 너무 진지하게 듣지는 마시라.

‘얼굴에 비해 코가 작은 남자’는 ‘입이 작은 여자’와 궁합이 좋다. ‘곱슬머리인 남자’는 ‘좌우 콧방울이 도톰하거나 숯이 많은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어울린다. ‘억센 머리카락의 남자’는 ‘입이 큰 여자’와 잘 맞는다.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대머리’인 남자는 ‘주걱턱의 여자’와 궁합이 좋다. ‘주먹코’인 남자는 ‘키 큰 여자’가 어울린다. ‘콧구멍이 큰 남자’는 ‘입이 크고 튀어나온 여자’와 궁합이 맞는다.

우선 외모 비하 표현이 담긴 부분, 머리 ‘숱’을 ‘숯’으로 쓴 것에 용서를 구한다. 원문을 그대로 옮기느라 부득이 그랬다.

무얼 근거로 하는 얘기냐고는 묻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애초 글을 쓴 사람도 ‘묻지 말라’는 듯이 전혀 밝히지 않았으니까.

나로선 처음 들어보는 이런 궁합 판별법은 김명신(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개명 전 이름)이 2007학년도에 국민대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애니타’ 개발과 시장적용을 중심으로’에 나오는 내용이다. 청소년 및 젊은층을 타깃으로 이용자의 고유 아바타를 이용해 운세, 관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니타(Avatas for anybody)’는 이런 질문 항목들로 아바타 간 궁합이 맞는지를 계산할 수 있게 설계됐다고 한다.

나는 이 논문을 꽤 진지하게 읽었는데, 이 대목에서 ‘빵’ 터졌다. 저런 콘텐츠로 애니타가 과연 고객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논문을 다 보고는 꽤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를 연구한 것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글은 ‘이론적 배경’ 등을 넣어 논문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전체 골격은 제한적인 시장조사 보고서라고 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애니타는 김건희 여사가 당시 기획이사로 재직한 ‘에이치(H)컬쳐테크놀러지’라는 업체 대표가 2004년에 특허를 출원하고, 2007년과 2009년 두차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9천만원을 지원받아 개발한 앱이다. 제출된 학위논문은 기획·개발 단계에 있는 애니타 서비스에 대해 만 15살에서 35살 사이의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서 그 결과값을 제시한 것뿐이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인용, 외국 논문을 어설프게 번역해 넣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들이 표절이란 지적을 받았다. 표절은 논문 작성에서 심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일어난 연구 부정행위 의혹 가운데 일부일 뿐이었다.

그런데 문제제기가 있고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도 빤히 보이는 부정행위를 교정할 능력을 상실했음을 목격하고 있다. 국민대는 지난해 9월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검증시효를 이미 폐지했음에도 거짓말을 한 것이다. 반발이 거세자, 국민대는 결국 재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1일 세상을 놀라게 할 발표를 했다. 국민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타인의 연구내용 또는 저작물의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있으나”, “표절에 해당하거나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날 정도의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국민대의 이런 발표에 ‘국민대는 망했다’는 말이 무성하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 국민대만의 일인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판단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상식이 조롱당한 것이니, 이것은 역사적 사건이다.

2016년 12월2일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에 합류하게 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는 ‘일부에서 보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질문에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대답했다. 거친 말이었지만, 멋있었다. 무릇 공직자들은 그런 자세로 일해야 한다. 권한은 오로지 공적 이익을 위해 행사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29일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뜻을 밝히면서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겠다”며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말짱 빈말이었다. 그동안의 일을 돌이켜보니, 왜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도 문제가 많은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간다. 역시 ‘나는 하수다’.

jeje@hani.co.kr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89쪽.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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