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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칼럼

기계학습 시대의 세수 추계

등록 :2022-01-25 18:39수정 :2022-01-26 02:32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2년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에서 발표문을 읽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세상읽기]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전례 없었던 1월 추경이 진행 중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이 제일 크기는 하지만, 최근 발표된 세수 추계 오차의 영향도 작지는 않다. 지난해 세수가 정부의 예측보다 최대 10조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작년 7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세수 전망을 크게 수정한 바 있다. 세수 전망 오차 규모는 57조~58조원에 이르러 작년 본예산 때 예상했던 282조원의 20%를 크게 넘어서게 된다.

부동산과 자산시장의 변동으로 인해 세수 오차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본예산 때 전망한 것 중에서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세목은 양도소득세로 알려졌다. 본예산 때 16.8조원을 예측했는데, 작년 11월 말까지 34.3조원으로 예측치의 2배 이상이 되었다. 상속·증여세는 9.9조원을 예측했으나 11월까지 14.4조원이 걷혀 실적이 본예산 대비 1.5배에 이른다. 증권거래세는 본예산 때 5.8조원, 실적 9.4조원으로 본예산의 1.6배였다. 한편, 근로소득세는 예상치인 46.6조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걷혔고, 법인세는 예상치의 1.3배인 68.7조원이 걷혀 대체로 준수한 편이다.

세수 전망의 오차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작년 11월 중순에 오차를 수정한 이후에도 다시 큰 규모의 오차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11월 정도가 되면 세수의 기반이 되는 경제활동이 어느 정도 확정이 되는 시기이다. 국민의 소득 창출 활동에 기반한 소득세는 특별한 전문성이 없어도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 같은 경우는 1년 전 소득에 대한 과세이기 때문에 거의 확정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부동산과 자산시장의 거래들도 연말에 특별한 변동이 없었다면 전망 가능한 수준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 정도의 환경에서 연말에 수정했던 전망에서 다시 큰 오류가 발생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대처 방안이다. 지난 1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제 전문가만 모이다 보니 상당히 소통이 취약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서 “세제실을 대상으로 과감한 인사 교류, 세수 추계 모형 재점검, 조세심의회 신설, 성과 평가 지표 운영 등 4가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수 추계 오류에 대한 진단이 황당하다. 세제실 인력이 전문성을 빌미로 고인 물이 되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제까지 (세수 추계) 의사결정이 세제실 중심으로 돼 있었는데, 앞으로는 외부 의견이 좀 더 반영될 수 있는 구조로 이행하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세제실 성과를 정량지표와 정성지표를 이용해 평가한다고 한다. 특히 정량평가에서는 세수 추계에서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을 사전에 설정해 오차를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세수 실적치와 전망치를 바탕으로 세수 추계 회귀선 모형을 도입하고, 일정 오차 범위를 벗어날 경우 실패로 간주해 원인 규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세수 전망이 틀리면 벌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홍 부총리가 세수 전망 작업의 본질을 아예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세수 전망에 오차가 발생하는 것은 세제실의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다른 국실과 인사 교류가 없어서가 아니라, 전문가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크다. 세제실 공무원이 세제의 최고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전망 작업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잘 만드는 엔지니어라고 해도 반도체 수요를 예측하는 일을 잘하기 어려운 이유와 같다.

지금 세수 전망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망 모형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전문가들이 어떤 자료와 모형을 이용해서 전망을 하고 있는지, 모형 예상치에 대한 보정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다른 분야의 전망 작업은 인공지능 기술을 많이 도입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기계학습을 시키고, 학습된 모형을 이용하여 전망 작업을 한다. 요즘에는 기계학습을 넘어선 심화학습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를 채용하고, 모형과 자료를 공개 검증 받는 것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러한 때에 공무원 인사 교류와 문책으로 세수 전망을 고도화·정교화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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