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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10개월과 한국 외교

등록 :2021-11-25 18:21수정 :2021-11-26 02:3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황준범 | 워싱턴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10개월 동안 외교 원칙을 행동으로 명확히 드러내 보였다. 민주주의·인권의 가치를 외교의 최우선에 두고(‘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예정, 베이징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흐트러졌던 동맹을 재규합하며(북대서양조약기구와 관계 개선, 쿼드 유지, 오커스 창설), 국익에 도움 안 되는 전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아프가니스탄 철군)는 것 등이다.

그중에서도 바이든 외교의 핵심 축은 미-중 전략경쟁이다. 오늘날 세계 질서의 밑바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 안보, 기술, 통상, 인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환경, 공공보건 등에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면, 미-중은 신냉전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직은 “경쟁이 충돌로 바뀌지 않게 할 가드레일”(바이든) 안에서 공존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한-미 관계는 바이든 정부 들어 안보에서 경제, 기술, 환경, 보건 등으로 협력 수준을 크게 심화했다. 이는 “한-미 동맹의 새 장을 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포괄적 협력”이라는 소제목이 들어간 지난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집약돼 있다.

실제로 워싱턴에서 한국의 위상은 급속도로 높아졌고, 관련 영역도 다양해졌다. 한국은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부상했고, 미국이 ‘안보’ 사안으로 접근하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에서 핵심 파트너이며, 중국·일본·영국 등과 함께 유가 억제를 위해 전략 비축유 공동 방출에서 미국과 손잡은 5개국 중 하나다. 비티에스(BTS)와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막강 소프트파워는 말할 것도 없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한때 워싱턴에서 ‘코리아’는 북핵 문제 때문에 ‘노스 코리아’(북한)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워싱턴에서 한국에 대해 말할 때 북핵만 파고들다가는 굶어죽기 딱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 도드라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새로운 바탕 위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안보적 필요성 외에도 한국의 경제, 사회, 문화적 역량에 대해 워싱턴과 세계가 다시 눈뜨고 있는 것이다. 한국 외교 또한 팬데믹과 미-중 전략경쟁이 열어준 기회의 틈을 최대한 활용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자면 ‘미-중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양자택일을 요구받는다’는 관점에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 자체가 워낙 다양한 영역에서 갈등과 협조가 얽혀 있어, 승패를 평가하기조차 어려운 구조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올해 초 여시재와의 대담에서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지 않는데 다른 국가에 단절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낮에는 미·중이 비축유 방출을 나란히 발표하고, 밤에는 미국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해 중국이 반발하는 냉온탕 풍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바이든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에 외교적·실용적 접근을 하면서, 한국과 긴밀하게 협조한다는 원칙을 단단하게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시절의 ‘깜짝 쇼’는 없다는 게 명확하다.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와 불평등 심화 등 시급한 국내 과제를 떠안은 상황에서, 북-미 대화 급진전에도 한계가 있다. 그만큼 정부가 북핵 문제에 모든 외교력을 쏟아붓는 듯한 모습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 북핵 집중 외교는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결과물이 안 나오면 회의론만 커진다. 워싱턴의 북한 피로감을 완화하면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새 접근법이 갈수록 절실해 보인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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