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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칼럼] 심재륜의 검찰, 윤석열의 검찰

등록 :2021-09-15 16:18수정 :2021-09-16 02:32

검사는 정의로운 직업이다. 우리나라에는 멋진 검사들이 참 많다. 검사들은 부끄러움을 알고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이 지금 그런 검사들의 명예를 짓밟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강원도 춘천시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강원도 춘천시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특수부 검사의 전설로 불렸던 심재륜 전 고검장은 소탈한 사람이었다. 부장검사 시절 기자들과 술을 자주 마셨다. 오후 5~6시쯤 그의 사무실에 취재하러 가면 붙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방배동 허름한 카페로 몰려가 마른 멸치 몇 개를 놓고 ‘30분 게임’을 했다. 참석자 5~6명이 30분 동안 폭탄주를 돌렸다. 잔을 받으면 내려놓지 않고 바로 마시는 것이 규칙이었다. 해가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술자리가 끝났다.

법조를 두번째 출입하면서 서울지검 3차장이던 그에게 인사를 갔다. 전날 저녁 술이 덜 깬 표정으로 그는 이상한 얘기를 했다.

“성형, 나는 내가 좀 무서워.”

온 세상에 두려울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사람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궁금했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내가 남들을 죽였다 살렸다 하고 있더라고. 내가 하나님도 아닌데···”

그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심재륜 전 고검장은 퇴임 뒤 ‘수사 10결’을 내놓았다.

“칼은 찌르되 비틀지는 마라.”

“피의자의 굴복 대신 승복을 받아내라.”

“수사하다 곁가지를 치지 마라.”

“칼엔 눈이 없다. 잘못 쓰면 자신도 다친다.”

심재륜 전 고검장의 ‘수사 10결’
심재륜 전 고검장의 ‘수사 10결’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경우 지켜야 할 원칙과 금도를 정리해서 후배 검사들에게 남긴 것이다. “언론과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 하라”는 내용도 있다.

그의 후배들이 수사 10결을 잘 지켰더라면 검찰이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수사 10결을 거꾸로 지킨 검사들이 있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그랬다. 피의자는 샅샅이 털었다. 나오는 혐의는 몽땅 다 기소했다. 무죄 판결을 걱정하지도 않았다. 검찰에서 그의 선배였던 인사는 “특수부 검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참 특이한 검사였다”고 평가했다.

그랬던 윤석열 전 총장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휘말렸다. 지난해 총선 직전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고발장과 자료를 보냈다는 내용이다. 범죄다.

손준성 검사는 “저로서도 어떤 경위로 이와 같은 의혹이 발생됐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 누가 안다는 것일까?

김웅 의원은 여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막무가내로 버티는 잡범들과 무엇이 다른가? 증거가 있으니 두 사람은 빠져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윤석열 전 총장의 반응이다.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의 핵심 참모다. 윤석열 전 총장도 인정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전 총장은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 검사는 팩트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부터 높였다. 그리고 “어떻게 저쪽 주장에 벌떼처럼 올라타느냐. 계속 야당의 기득권 정치인으로 남아 누리겠다는 거냐”고 당내 경쟁자들을 비난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반응이다. 사실관계보다 여론조사 지지도를 더 의식하는 것 같다. 정치인들도 이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다.

검사는 정의로운 직업이다. 영화 ‘공공의 적 2’에 나오는 서울지검 강철중 검사만큼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멋진 검사들이 참 많다.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범죄 수사의 최종 수문장 역할을 마다치 않는다. 경찰 수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건을 귀신 같이 찾아내서 바로 잡는 검사들이 종종 있다. 무엇보다도 검사들은 부끄러움을 알고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이 지금 그런 검사들의 명예를 짓밟고 있다. 검찰총장을 했다는 사람이 대한민국 검사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심재륜 전 고검장이 <월간조선> 2012년 11월호에 이런 글을 썼다.

“권력과의 관계를 놓고 볼 때 검사는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언제나 권력과 거리를 두면서 원칙과 소신에 따라 검사 임무를 수행하는 검사, 둘째, 원칙과 소신에 충실하지만 상황에 따라 권력과의 거리를 조절하며 운신을 달리하는 검사, 셋째, 출세를 위해 늘 권력에 빌붙는 출세 지향적 검사다.”

윤석열 전 총장은 어디에 속할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아예 권력을 잡으려고 달려드는 검사”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권력 쟁취 기도는 과연 성공할까?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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