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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왜냐면] ‘경의선 공유지’의 사회적 가치를 묻는 세가지 질문 / 김상철

등록 :2018-08-13 17:50수정 :2018-08-13 19:09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

9월30일이다. 서울 마포구청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함께 공덕역 인근 경의선 공유지의 시민들에게 ‘떠나라’고 통보한 시한이다. 경의선 공유지는 공덕역 인근에 있는 철도 부지로 늘장이라는 시민시장으로 운영하다 사용 기한이 종료된 후에도 시민 주도로 활용하고자 시민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원래 지상으로 다니던 기차가 지하로 옮겨가며 생긴 땅이며, 경의선 숲길 혹은 연트럴 파크로 널리 알려졌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보통은 어차피 누군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있으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쉽게 올린다. 하지만 그런 즉흥적인,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조건 반사를 잠깐만 멈추고 다음의 질문들을 같이 고민해보자.

첫번째는 왜 국공유지를 민간사업자로 하여금 개발하도록 하는가라는 것이다. 다니던 철도가 지하로 옮겨지면서 철길이 있던 기존 부지가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지는 지하에 철도가 다니는 국유지다. 상당 구간은 서울시가 시민들의 돈으로 공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역 주변엔 ‘역세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민간사업자에게 30년이 넘는 사용권을 넘겼다. 하지만 시민들은 아예 사업 신청 자체가 불가능했다. 왜 그런가.

두번째는 6년이 넘도록 사업 진척이 없는데도 민간사업자와의 협약이 존중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2012년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민간사업자 간의 협약 이후에 어떤 사업도 시행되지 않았다. 철도 지상부의 이런저런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수립한 ‘철도유휴부지 활용지침’에 따른다. 문제는 그에 따라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해놓고도 정작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때엔 준용하는 기준이 없다. 즉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공덕역 부근 염리동 철도 부지의 민간사업자 사이에 맺은 협약은 일몰 규정이 없는 협약이다. 재개발사업도 3년에서 5년 동안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해제되는데, 국유지의 사용권을 깔고 앉아 있는 민간사업자는 그대로다. 이것이 합리적인가.

세번째는 경의선 공유지를 활용하는 우리가 어떤 피해를 주었는가라는 것이다.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 활동하는 염리동 부지는 크게 두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현재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고 하나는 원래 마포우체국이 있던 부지다. 이 부지는 지금도 높은 철제 펜스로 둘러쳐져 있어 누구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하다못해 통행로로 사용해도 좋으련만 펜스를 쳐놓고 6년이 넘게 방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곳은 매년 1백여건의 시민행사가 열린다. 마포구, 성동구, 가든파이브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쫓겨난 사람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하고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애를 쓰고 시민들을 만난다. 100명에 가까운 26번째 자치구의 주민들은 기꺼이 매월 회비를 내고 우리는 이 돈으로 전기료와 수도요금을 내고, 때때로 청소차를 불러 인근 주민이 버려둔 폐기물을 처분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도록 했고, 이 때문에 올해부터 각종 공기업, 정부 산하기관 평가에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사항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미활용 국유지를 적극적으로 점유하고 다양한 시민의 활동을 해온 것만큼 국정과제에 부합하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지를 묻고 싶다. 현재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은 다양한 연구자 집단과 전문가, 시민 주체들이 모여서 ‘공유지 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의 모델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서울시와 공동으로 협치포럼을 개최하였고 올해 5월에는 2박3일 동안 전국에서 사적 소유에서 벗어난 소유체계 혹은 기존에 사유관계로 익숙한 체계를 공유관계로 전환하는 과정을 일컫는 공유지(commons) 운동에 관심 있는 연구자, 활동가 등이 모여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또한 대안적인 도시공원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으로 사업을 제안하여 현재 시민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사항들은 철도시설공단 역시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기계적으로 퇴거 요청을 하고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태도가 납득되지 않는다.

우린 이 질문들에 답이 명확하게 내려질 때까지 떠나지 않는다. 소송을 장담하는 국가기구 앞에서, 우리는 6년 넘게 방치되어 있는 마포우체국 부지를 근거로 우리가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제시할 것이다. 그리고 과연 우리가 이 공간을 사용함으로써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무엇에 손해를 끼쳤는지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국유지의 사회적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러니 시민들에게 공권력을 과시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대화를 하자. 이것이 우리가 수령한 퇴거 요청에 대한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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