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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준우 대표, 강은미 의원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 결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김준우 대표, 강은미 의원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 결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금개혁 공론화 결과의 의미 ③

제갈현숙 | 한신대 강사·연금행동정책위원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시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연금개혁을 위해 모인 500명의 시민대표단은 모든 노인의 소득보장을 위해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을 결정했다. 지난 17년간 정체했던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시민대표단이 소환됐고, 시민대표단은 이제까지 국가가 강조했던 재정 우선의 개혁이 아닌, 소득 보장 강화라는 혁명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시민의 역사적 결정에 반동을 도모했다. 이 반동으로 정부와 국회는 스스로 반민주적이고, 시민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것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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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출범한 국회 연금개혁공론화위원회는 지난 석달간 연금개혁을 위한 공론화를 추진해서 결과를 도출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더 내고(보험료율 9%→13%) 더 받는(소득대체율 40%→50%) 연금개혁’을 시민대표단은 결정했다. 그런데 4월22일 시민대표단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부터 일부 전문가와 언론에선 이를 폄훼하고, 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개혁을 비토하기 위해 노력했다. 더욱이 공론화위원회 관계자와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전문가 중 일부도 시민대표단의 결정을 무시하며 여론전에 참전했다. ‘더 내기만 하는’ 연금개혁을 유일한 답으로 전제했던 것이 아니라면, 폄훼와 비난이 아닌 존중과 협력을 우선해야 한다. 공론화는 시민대표단의 결정에 대한 존중과 협력을 전제로 연금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절체절명의 선택이었다. 그런데 지난 3주간 이를 반대하기 위한 마타도어는 점입가경이었고, 결국 5월7일 국회연금개혁특위는 연금개혁 협상 결렬을 발표하면서, 특위 활동 종료까지 선언했다. 이건 너무 무례하지 않은가?

1988년부터 시작한 국민연금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두번의 개혁을 거치는 동안 시민의 정책 참여를 보장한 적이 없었다. 시민은 퇴직 이전까지 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납부하고, 퇴직 이후 노년기에는 연금급여를 받는 제도의 핵심 주체다. 그러므로 보험료와 급여 수준을 포함한 국민연금의 개혁 의제는 시민의 생애 전반과 밀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간 국민연금 개혁 의제는 밀실에서 정부와 전문가들끼리 주로 다뤄왔다. 그리고 5년마다 시행하는 국민연금재정계산 결과는 연기금 고갈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시민이 접하는 공적연금에 대한 정보는 연기금 중심으로 기울어져서, 비대칭적이고 균형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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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핵심 3대 과제로 연금개혁을 제시했던 윤석열 정부는 총선을 앞뒀던 지난해, 개혁안을 내놓지 못했다. 반면 국회 연금특위에서 개혁을 위한 해법으로 공론화, 즉 시민의 참여로 17년간 정체된 국민연금의 난제를 풀고자 했다. 시민대표단은 개별 학습과 집단 토론, 공개 질의 및 응답 등 종합적인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극복했고 ‘더 내고, 더 받는’ 소득 보장 강화를 다수안으로 결정했다. 즉 국민연금의 가장 시급한 개혁 의제로 노후 빈곤으로부터 해방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모든 세대에 걸쳐진 세대 간 연대의 가치에 대해서도 재조명했다. 이것은 이제까지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적연금에 의지하도록 국민연금의 공적 기능을 축소해 왔던 과거의 개혁을 거스른다. 시민대표단은 국민연금으로 누구든 노인이 돼도 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기반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숙의 과정 중에 한 시민이 “시민대표단의 논의와 설문 결과와 다른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정부와 국회는 깊은 책임감과 본분을 되찾길 바란다.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인상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국고 투입 등은 시민대표단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결정이다.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민의 결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위대한 시민의 결정은 이미 역사가 되어 정부와 국회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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