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 주한 유럽연합(EU) 대사
오는 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잔혹하게 침공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전례 없는 부당한 무력 침공은 국제법, 특히 유엔헌장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충격적 사건이다. 이 전쟁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임을 허위로 자처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일으킨 전쟁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관되게 규탄해 왔고, 앞으로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할 것이다. 전쟁 발발 2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결의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옹호에 있어 유럽연합의 강력한 우방국이자 친구다. 지난해 5월 한-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결연히 규탄했다. 이들 정상은 우크라이나의 독립, 주권, 그리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 영토 보존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재확인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고유한 자위권을 주장하며, 러시아가 침공을 즉각 중단하고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한-유럽연합 정상 성명에 담긴 이러한 내용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국제질서의 초석인 유엔 헌장을 준수해야 하며, 러시아도 예외일 수 없다.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규탄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내용의 유엔 총회 결의안을 7개 이상 채택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약하며, 러시아가 북한의 지지에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등 무기와 포탄을 러시아로 보내고 있다. 이는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270호(2016년) 등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위이다. 모두 러시아가 지지한 결의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2023년 12월30일과 2024년 1월2일 북한제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사용하며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세계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체제를 저해했다. 이러한 무기 이전의 대가로 자금과 기술 및 군사적 통찰력이 북한에 제공돼 불법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로 단결해 왔다. 지난주 유럽연합 정상 27명은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72조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얼마나 오래 걸리든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와 그 시민에게 계속해서 강력한 정치·금융·경제·인도주의·군사·외교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례 없는 지지를 보여준 한국에 큰 감사를 표한다. 여러 조치 가운데 제재의 부과와 이행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과 미국의 수출 통제 및 금융 제재와 궤를 같이하는 많은 조치를 마련했다. 2023년 12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수출 통제 품목을 741개에서 1159개로 크게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제재는 상징적인 것이 아니다. 첨단 기술 품목 상당수의 이전을 예방하며, 러시아의 군사적 역량 약화에 기여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주년을 앞두고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지금, 우크라이나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파트너 국가들의 지속적 지지를 기대한다. 첨단 기술 제품을 포함해 러시아에 부과하는 유럽연합 제재와 같은 수준의 제재를 한국 정부에서 도입한다면 유럽연합은 이를 대단히 환영할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우세를 점하는 것은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최고의 안전 보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수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강대국들이 마음대로 국경을 바꿀 수 있고, 약소국들은 강대국들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보다 더 평화를 갈망하는 국가는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한국을 포함한 80개 이상의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이유다. 유럽연합과 우리 우방국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위기에 처한 원칙들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한국은 이 파트너십의 핵심이며 소중한 친구이자 전략적 우방국이다.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2022년 2월24일만큼이나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한국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