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이민세 | 먹는물대책소비자연대 대표·전 영남이공대 교수
환경부는 우리나라 수돗물이 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국민에게 수돗물 음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노력은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을까.
수도법 제2조(책무) 6항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수도사업자는 모든 국민에 대해 수돗물에 대한 인식과 음용률을 높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줄곧 불과 5% 내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의 평균 74%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51%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전국 각 가정에서는 수돗물보다 수백배 비싼 생수를 사거나, 값비싼 정수기를 설치해 물을 마시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 7만여가구를 표본조사해 내놓은 ‘2021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집에서 물을 마시는 방법을 묻는 말에 ‘수돗물에 정수기를 설치해서’란 답이 49.4%로 가장 많았고, ‘수돗물을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 36%, ‘생수를 구매해서’ 32.9%, ‘우물물, 지하수, 약수’ 1.2% 순이었다.(중복응답)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지, 보리차나 옥수수차로 끓여 마시는지 구분하지 않고 뭉뚱그려 내놓은 조사 자체도 황당하지만, 멀쩡한 수돗물을 두고 이렇게 돈을 들여 물을 마시는 게 국가적으로 제대로 된 식수 정책일까?
실제 2010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수돗물 미음용으로 인해 매년 2조원 이상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10년 남짓 사이 생수 사용이 더 일반화된 만큼 현재는 그 사회적 비용도 크게 늘었을 것이다.
생수라고 다 안전한 게 아니다. 최근 국내 생수 판매업체 3곳 중 1곳이 수질 기준을 위반한 업체로부터 먹는 샘물을 공급받아 판매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돗물보다 수천배 많은 탄소를 배출해 탄소중립에도 배치된다.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연간 88㎏으로 미국 130㎏과 영국 99㎏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나라다.(2016년 기준)
정부도 나서서 국무총리 훈령 ‘1회용품 등 사용 줄이기 실천지침’을 제정해 공공기관은 청사 또는 회의·행사에서 1회용품과 페트병에 넣은 먹는 물 등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환경부는 이제라도 지자체들과 함께 ‘수돗물 마시기 활성화로 탄소중립을 실천하자'는 범국민적 캠페인을 전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