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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파리바게뜨의 노동환경은 빵점…SPC, 개선 의지를

등록 :2022-08-03 19:30수정 :2022-08-04 02:37

[왜냐면]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가 지난 5월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가 지난 5월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왜냐면] 문다슬 | 시민건강연구소 노동건강연구센터장

지난 7월 ‘파리바게뜨 사회적합의 이행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파리바게뜨 임신 노동자 모성보호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근로기준법에는 임신한 노동자의 야간근로와 휴일근로 제한(제70조), 산후 1년 이내 여성의 시간외근로 제한(제71조), 임산부 출산휴가 및 단축근로 등에 관한 규정(제74조), 태아 정기건강진단 시간 보장(제74조의2)의 규정이 있다. 임신 중 시간외근로 경험 유무, 임산부의 휴일근로 경험 유무, 임산부의 야간근로 경험 유무, 태아 검진 가능 유무 등에 대한 검증위 조사는 파리바게뜨 임신 노동자들이 모성보호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 그리고 이들의 높은 유산경험률을 확인했다.

국제노동기구도 인정했듯,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는 그 자체로 노동자의 기본 권리이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가 경험하는 건강 문제는 노동환경보다는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이나 개인 생활습관의 결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출산하는 몸’으로의 여성 노동자 건강에 국한된다. 여성 노동자가 대다수로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기업’ 인증까지 받은 파리바게뜨 사업장은 모성보호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마땅한 공간이었지만, 조사에 따르면 이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 노동자들이 참다못해 노동환경 개선과 권리 보장을 요구하였지만 사쪽의 반응은 무관심, 여성 노동자 개인 탓, 때로는 가치 절하였다. 검증위 실태 조사가 보여주는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쪽과 언론은 그 결과에 대해 “통계 조작” “증명할 가치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파리바게뜨 여성 노동자들의 안전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일터의 환경이 그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일부 언론은 검증위가 발표한 파리바게뜨 임신 노동자의 유산경험률(41.7%)이 에스피씨(SPC) 자체 조사 유산경험률(11.7%)과 다르다며, 일터의 열악한 모성보호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 에스피씨 자체 조사의 자연유산 경험률이 낮다는 사실은 검증위 조사 통계 신뢰도를 폄하하는 명분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사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그 수가 얼마든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다 유산한다는 사실이며, 또 한명의 노동자라도 일하다 원치 않은 유산을 하게 된다면 그 노동환경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하는 여성의 자연유산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춘숙 의원실에 제출한 한국여성 자연유산율 현황을 보면 2020년 기준으로 직장여성 유산율은 31.3%로 미취업 여성 유산율 24.5%보다 상당히 높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노동 그 자체보다는 일하는 환경이 유산 경험의 주요 위험 요인임을 밝혀왔다. 노동시간이 얼마나 긴지, 낮에 일하는지 밤에 일하는지, 앉아서 일하는지 서서 일하는지, 직접 고객을 응대하는지, 휴가가 잘 보장되는지 등 노동조건은 당연히 여성 노동자 건강 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하지만 노동환경이 임신 노동자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회사는 이 위험을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파악하고 줄여나가야 한다. 모성보호는 그 최소한의 조치다. 임신 중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필요할 때 검진을 받고, 시간외노동 요구를 당연히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열악한 모성보호가 유산의 원인이라는 검증위 주장은 충분히, 그리고 반드시 “증명할 가치”가 있는 문제다. 물론, 그 증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건강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거나 평가한 적이 없고, 그 결과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통계자료나 참고자료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를 해결해 달라는 파리바게뜨 여성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정확하지 않은 근거를 인용하며 ‘가치 없다’고 폄하하는 일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또 매우 비과학적인 처사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핵심은 에스피씨가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신뢰할 만한 조사를 통해 파리바게뜨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건강 필요가 어떠한지 잘 살펴보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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