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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새해 아침, 효창원 참배가 먼저다

등록 :2021-12-22 15:57수정 :2021-12-23 02:31

서울 용산 효창공원(효창원)에는 백범 김구 선생 등 7명의 독립 선열이 묻혀 있다. 박종식 기자
서울 용산 효창공원(효창원)에는 백범 김구 선생 등 7명의 독립 선열이 묻혀 있다. 박종식 기자

[왜냐면] 박덕진 | ‘시민모임 독립’ 상임이사

새해 아침, 대통령과 정부·국회 인사들은 으레 현충원을 참배한다. 국가유공자를 추모하며, 희생·공헌의 정신을 기린다. 그러나 현충원이 유일한 국립묘지는 아니다. 국가 보훈의 장소성을 대표하지도 않는다. 현충원에 독단의 권위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아니, 멈춰야 한다.

서울 국립현충원은 1956년 대통령령 1144호 ‘군묘지령’을 근거로 조성되었다. 군인과 군 관계자로 안장자가 제한된 ‘국군묘지’였다. 그러다 이승만 정부가 이동녕·김구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안장된 효창원에 운동장을 지으며 논란이 일었다. 심산 김창숙과 야당 의원들은 운동장 건축을 격렬히 반대했다. 추모 장소 효창원에 운동장을 건축하는 것은 순국선열 모독이라는 것이었다. 논란은 국군묘지 안장 대상자에 순국선열을 추가하면서 잦아들었다. 1965년 국군묘지가 ‘국립묘지’로 명칭을 바꾼 배경이다.

이 국립묘지가 권력 공간으로 변질된 계기는 1965년 이승만 안장이었다. 순국선열 등은 이승만보다 공간적으로 ‘아래’에 위치해야 했다. 권위의 계열화였다. 이런 위계는 1979년 박정희 안장으로 완성된다. 현충원의 가장 높은 곳, 가장 넓은 자리가 박정희 묘역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공훈의 범주는 독립·호국·민주·사회공헌 등으로 나뉜다. 각각은 독자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단독정부 수립과 6·25 이후 실제로 존중되는 가치는 ‘호국’ 하나에 불과했다. 호국 옆, 독립·민주·사회공헌을 들러리로 세운 것이 보훈이다. 그 실태가 현충원이다. 현충원은 박정희 묘역을 정점으로 다른 가치들이 종속된 공간이다. 1979년에 멈춘 공간이기도 하다.

이 편중은 보훈 정책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보훈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유공자는 독립·호국·민주·사회공헌이라는 가치를 체현한 이들, 보훈 대상자는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이다. 국가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보훈급여금 등으로 보훈 대상자를 지원한다. 이 국가보훈 대상자가 2021년 11월 기준 84만여명이다. 이들 중 절대다수는 호국 관련 대상자다. 독립 관련자는 8537명, 점유율 1%이다. 4·19와 5·18 등 민주 관련자는 5278명(0.6%)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보훈은 호국 보훈 그 자체이다.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한다. 독립과 민주를 공적 가치로 제시한다. 이 가치를 체현한 곳은 현충원이 아니다. 광복 후 임시정부가 직접 조성한 효창원이다. 1945년 11월23일 귀국한 김구 주석은 미군정 왕실재산관리처에 효창원을 선열 묘역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타진해 묘역으로 결정한다. 1946년 7월6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유해를 안장했다. 1948년 9월22일에는 임시정부 주석 이동녕과 비서장 차리석의 유해를 안장했다. 국내에서 서거한 임시정부 군무부장 조성환도 이곳에 안장했다. 1949년 흉탄에 서거한 김구가 안장됨으로써, 모두 일곱분의 독립 선열이 효창원에 묻혔다. 안중근 의사의 초혼묘도 있다. 효창원은 임시정부 법통이 숨을 쉬는 곳이다. 최근 서울시와 국가보훈처 등이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재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새해 아침, 대선 후보들도 나라를 위해 희생·공헌한 이들을 기리는 참배부터 할 것이다. 이들에게 권한다. 효창원부터 참배하라. 먼저 참배해야 할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효창원이다. 헌법적 가치를 우선으로 존중하라. 현충원 참배는 다음으로 해도 좋다. 이렇게 호국의 일원적 권위를 상대화하라. 우리 시대는 독립·호국·민주·사회공헌 가치의 균형을 요구한다. 효창원 우선 참배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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