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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사람을 살리는 정치가 시급하다

등록 :2021-12-08 18:27수정 :2021-12-09 02:32

[왜냐면] 우석균 | 의사·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중환자실이 동이 났다. “현재 서울시내 가용 중환자 병상이 없습니다. 심정지시 근처 병원 응급실로 밀고 들어가시라고 구급대에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일 어느 의사가 소속 병원 상황실에서 받은 문자다. 교통사고나 심장마비로 급히 이송되어도 입원할 중환자실이 없다는 이야기다. 중환자실 부족이 의료붕괴로 이어질 위기에 놓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병실 수가 많은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2.6배나 된다. 서울에만도 아산, 삼성, 세브란스 등 2천~3천 병상을 가진 초대형 병원이 즐비하다. 사실 영국이나 독일 등에 비하면 우리나라에 코로나 환자가 많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위드 코로나 전환 한달 만에 다른 나라들이 2년 전에나 겪은 중환자 병상 부족 등 ‘의료붕괴’로 사회 전체에 위기가 닥쳤다. 코로나 환자 4천~5천명으로 의료붕괴 위기에 놓이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보건의료시스템 자체가 위드 코로나 전환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부실 체계여서 그렇다.

정부 역시 중환자 병상과 인력이 위드 코로나에 필수적이라는 걸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이 찾아올 때마다 병상 대기 환자가 수백명씩 발생했고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었다. 심지어 병실이 모자라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고령의 코로나 취약 환자들이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으로 집단 사망하는 잔혹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몰라서도 아니고, 시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방역 전환을 준비하면서 예측 불가였던 것도 아닌데, 왜 이 사태가 다시 초래되고 있는가?

민간 대형병원들은 ‘지금 있는 중환자 때문에 병상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 지난겨울 정부가 뒤늦게 행정명령을 내리고 5~10배의 돈을 주겠다고 했을 때도 이들 병원은 1~1.5%의 중환자실만 내놓았다. 그런데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고서를 보면 5년간 통계상 꼭 대형병원에 입원했어야 할 환자는 이른바 빅5 병원 기준으로 45%, 42개 대형병원 평균 32%에 불과했다. 비응급, 비중증 환자를 입원시키지 않으면 10~20%의 병실을 비우는 것은 당연히 가능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번 병실 부족 사태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것은 ‘재택치료’를 기본 방향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마저도 의료 인력과 중환자 병상 부족 상태에서 임기응변으로 제시된 방안이다. 코로나 환자들은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다. 멀쩡하던 환자들이 몇시간 안에 숨을 못 쉬게 된다. 병상 대기 환자가 900명이 넘는다는 것은 70대 이상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코로나 환자 900명이 병실이 없어 ‘재택치료’ 중이라는 이야기다. 이들은 언제 어떻게 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환자들이다. 고로 이들에게는 병실이 곧 생명인 것이다. 그런데 병실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확실한 계획 없이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 어떻게 정부의 대책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케이(K)-방역은 의료 대응체계 없이는 단 하루도 못 버티는 모래성 같은 것이다. 그동안 칭찬에 취해 있었다 하더라도 깰 때는 깨서 사람을 돌보는 일이 정치의 역할이요, 정부의 존재 이유다. 정치의 시기다. 누가 ‘대권’을 잡을지 여러 말들이 오간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는 후보를 찾기가 어렵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내가 보기엔 간단하다. 코로나 위기를 해결하는 사람.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고, 되어야 한다. 자영업자에게는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니 사회적 거리두기 하자고 설득하면서 대신 돈을 풀고, 민간 병원을 달래서든 으름장을 놓아서든 충분한 병상을 확보하고,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정치인. 공공의료청을 만들고 공공병원을 빨리 늘려 코로나와 앞으로 더 자주 찾아올 팬데믹 시기에 민간 병원에 기대지 않아도 되는 의료체계를 만들 정치인. 이런 정치인은 없단 말인가. 지금 당장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사람을 살리자고 할 대통령 후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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