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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학교 앞 근조화환이 남긴 상처

등록 :2021-11-24 18:14수정 :2021-11-25 02:31

[왜냐면] 홍민정|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변호사

얼마 전의 일이다. 출근길, 한 중학교 앞을 지나가던 때였다. 낯설다 못해 기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학교 앞에 근조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순간 학교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학생이라도 있는 것인지, 안타깝고 당황스러운 것도 찰나, 어떤 학교 정책 때문에 화환이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환에 쓰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 “교장 퇴진하라.”

몇주 전 보았던 기사가 떠올랐다. 혁신학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학교 앞에 근조화환을 세워놓는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이질감이 상당했다. 주변의 지인 교사분께 문의했다. 왜 무슨 일 때문에 근조화환이 서 있는 것인가? 노후화된 학교 시설을 교체하는 내용의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때문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몰려오는 감정은 복잡했다. 당황과 분노, 속상함과 안타까움이 섞여 올라왔다. 상이 없는 집에 근조화환을 갖다 놓는 것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는가? 학교는 아름다운 생명들이 자라나는 공간이다. 아이들이 꿈을 키워가는 집이다. 그곳 정문에 죽음의 상징인 근조화환을 세워놓는 것에 대해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매우 긴절하게 보호되어야 하는 기본권이기에 의사소통의 전 과정을 보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엄격한 원칙을 요구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또한 무한정 인정되는 권리는 아니다. 헌법 21조 4항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가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또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언론·출판의 자유가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청이나 학교가 관련 정책을 구현할 때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잘 소통하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어쩌면 소통의 부재가 기이한 의사 표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근조화환은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 아이들의 자라나는 공간 정문에 근조화환을 세워놓는 일은 사회 상규에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하지도 교육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학교 앞 근조화환은 그린스마트스쿨 지정이 철회되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속, 학교 구성원들의 기억, 그리고 그것을 지켜본 지역 주민들의 마음속 크고 작은 상처들은 아물 수 있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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