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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강윤형의 ‘소시오패스’ 발언을 생각한다

등록 :2021-10-27 17:53수정 :2021-10-28 02:32

원희룡 전 제주지사 부인이자 정신과 의사인 강윤형씨.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부인이자 정신과 의사인 강윤형씨.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왜냐면] 강병철|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유력(?) 대선주자의 부인이자 정신과 의사인 강윤형씨의 발언을 듣고 경악했다. 전문가 단체의 즉각적 반박과 징계를 기대했으나 정적만 흐른다. 정신질환 가족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어 두가지만 지적한다.

첫째, 강씨는 부모의 양육이 정신질환 성향을 유발한다는 편견을 조장한다. 많은 병이 유전자와 환경의 우연한 조합에 의해 생긴다. 그저 ‘운이 없어서’ 생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에 만족하는 환자는 없다. 인간은 원인을 따지는 동물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벌어지면 더욱 그렇다. 암환자는 자기를 책망하거나, 가족을 탓한다. 그런 태도가 도움이 될 리 없다. 의사는 어떻게든 환자의 마음을 가라앉히고 용기를 북돋우기 위해 애를 먹는다.

정신질환은 반대다. 의사가 색안경을 끼고 부모를 바라보기 일쑤다. 예전에는 부모가 야단맞거나 모욕당하는 일도 많았다. 이제 그렇게 무지한 의사는 드물지만, 아직도 은근한 책망, 냉담함, 취조에 가까운 가족사 캐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는 부모가 적지 않다. “따뜻하고 화목한 부모님 밑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라”지 못해 “소시오패스”가 됐다는 강윤형씨의 주장은 비과학적일뿐더러, 불우하고 빈곤한 환경에서 자란 모든 사람을 싸잡아 비난하는 차별과 혐오의 언어다.

어떤 어려운 병에 걸려도 시간이 지나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싸워갈 힘을 얻는다. 그러나 정신질환이나 발달장애 등 사회적 낙인이 심한 질병에는 시간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다.(질병이냐 아니냐는 논외로 하자.)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낙인을 조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가족의 문제로 정신질환이 생긴다는 서사는 지금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된다. 환자는 부모의 양육에서 자기가 병에 걸린 이유를 찾으려고 성장과정을 이 잡듯 뒤지고, 부모는 하루도 빠짐없이 죄책감에 시달린다. 일부 정신과 의사와 심리상담가는 정신질환 가족의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둘째, 강씨는 직접 보지도 않은 사람에게 모욕적인 진단명을 갖다 붙였다. 전문가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짓이다. 그렇게 진단이 쉬우면 누가 정신과를 찾겠는가? 인공지능(AI) 진단기를 만들고 정신과 의사는 모두 보따리를 싸면 될 일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정신질환이 악화되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입원이 어렵다는 점이다.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아무리 상태가 나빠도 스스로 정신병동에 입원하겠다는 환자는 없다. 보호자와 의사는 발을 동동 구른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환자의 의향을 어디까지 존중할 것인가?

이 문제를 악화시킨 요인이 있다. 의사들이 권력과 돈에 양심을 팔아 정신질환 진단을 뒤집어씌운 역사다. 우리나라도 과거 군사정권 시대에 말 안 듣는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몰아 강제입원시킬 목적으로 정신보건법을 개정하려고 했다. 그런 일에 손을 빌려줄 정도로 몰지각하고 비양심적인 의사가 얼마나 될까? 극소수다. 극소수의 일탈로 수많은 환자와 양심적인 의사들이 고생하는 꼴이다. 자기 남편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을, 제대로 만나보지도 않은 채, 정신질환자라는 “의견을 개진한” 행위는 허위진단을 뒤집어씌워 멀쩡한 사람을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것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

그래도 서울대 나온 정신과 의사의 의견이니 일말의 근거가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서울대 출신 의사 중에도 백신을 맞지 말라거나, 코로나가 감기에 불과하다거나, 비타민 시(C)로 모든 병을 고친다고 떠드는 사람이 있다. 강윤형씨가 사과하고 자중하여 그런 엉터리들의 명단에 끼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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