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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종전선언과 북한의 ‘선결조건’

등록 :2021-10-25 17:57수정 :2021-10-26 02:33

[왜냐면]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제안했다. 이에 북한은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이중 기준’ 중단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내세우고 있다. 이 두 조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번째 ‘이중 기준’의 의미는 “우리(북한)의 자위권 차원의 행동은 모두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자기들(남한)의 군비증강 활동을 대북억제력 확보로 미화”한다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9월25일)에 함축돼 있다.

하지만 남북 간 문제는 어느 일방이 주장하는 기준을 타방에 요구하거나 관철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 남북 간 합의나 국제사회의 규범을 존중하며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금지한 이유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하고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남북이 1992년 공약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위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북한이 남측의 군사 활동에 불만과 이견이 있다면, 남북이 2018년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군사훈련 및 무력 증강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상호 군사 활동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높여 위협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남북이 합의한 대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단계적 군축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두번째 조건의 ‘대북 적대시 정책’은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으로 줄곧 제시해온 개념이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최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적대시 정책’은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 행위 그 자체라고 규정했다. 북-미 관계를 법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는 교전국 간 관계로 규정하며, 북한이 항시 전쟁 위협 아래 있다고도 주장했다.

북한의 일방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주장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 조치와 함께 단계적·동시적으로 신뢰를 구축하며 근원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은 상호 적대 관계의 근원인 정전체제의 변화를 논의하는, 즉 항구적인 평화 정착의 출발점 및 비핵화의 촉진제로서 매우 의미 있는 조치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으로, 평화협정 체결 전까지 현 정전협정을 그대로 유지한다. 또한 종전선언은 큰 비용이나 군사 분야의 급격한 현상 변경 없이 상호 간의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유용한 조치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선결조건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적대 관계를 해소하고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미국은 북한에 적대 의사가 없고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2006년 11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최초 제기했던 당사자가 미국이었던 만큼, 종전선언 추진에 힘을 더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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