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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국민권익위에 바라는 세가지

등록 :2021-10-04 18:02수정 :2021-10-05 02:39

[왜냐면] 박용환ㅣ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및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활동을 3년째 해오고 있다. 활동 과정에서 여러 제보 사안이 생겨 사안에 따라 수사기관에 직접 고발하거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지난 3년여간 신고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공익 제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의 문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느낀 국민권익위의 문제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조사관들이 소극적이다. 제보 사건에 배정된 조사관들은 한결같이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조사의 한계를 스스로 정해두는 경향이 있다. 종종 접하게 되는 조사관들의 그런 반응은 ‘내가 제보기관을 잘못 찾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여기에 조사관들은 직접 사건 현장을 찾거나 추가적인 의혹을 발견하려는 노력보다는, 주어진 자료 내에서만 소극적으로 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리나 부패 척결을 위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서는 조사관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저 ‘일을 처리한다’는 태도가 엿보인다.

둘째, 늑장 대응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제보사건에 대한 조사가 신속하지 않다. 사회적으로 큰 주목과 관심을 받는 사건이 아니면, 대체로 시일이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다. 내 경우에는 최초 제보 후 6개월이 지나서야 담당 조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명백한 근거자료가 있는데도, 제보자에게 연락 한번 없이 자체 종결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한된 인력으로 많은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사안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국민권익위의 권한과 책임은 넓어지고 있는데, 그에 따른 정부 차원의 뒷받침은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신고자 보상 및 포상과 관련해서도 권익위 규정은 90일 이내에 보상금 지급 여부 및 지급 금액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9개월이 넘도록 처리하지 않고 질질 끌고 있는 사안도 있다. 결과를 기다리다가 공익 신고자는 숨이 넘어간다.

셋째, 무엇보다 공익 신고자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공익 신고자의 경우 대부분 절박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인사상의 불이익 등을 감수하며 용기를 내어 제보할 때가 많다. 특히 내부고발자는 제보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소속 기관으로부터 해고 등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거나 실직 상태가 길어져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은 기본이고 민형사 고소를 당해 일상이 피폐해지고 정신적·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질 때도 있다.

올해부터는 근로기준법, 사립학교법, 초중등교육법 위반 행위를 신고한 사람도 공익 신고자로 인정되는 등, 공익 신고의 대상과 범위가 넓어졌다. 공익 신고에 따른 구조금과 보상금, 포상금 등의 적용 범위도 과거에 견줘 개선되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그러한 적용을 받는 문턱은 여전히 높고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응이 늦고 적용이 어려운 국민권익위보다는 신속하고 빠른 대처를 하는 언론 등을 통해 먼저 제보하는 일이 빈번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언론제보가 공익 신고로 인정받고 있지 못한 현재 시스템도 일정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권익위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공익 신고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개선에 나선다면 현재 나타난 문제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공익 신고자까지 염두에 둔 정책 수립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고자들이 정말 어렵게 용기를 내거나 희생을 감수하지 않더라도 신고가 가능하도록 공익 신고의 문턱이 더 낮아지고 넓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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