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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9·19 군사합의 3년과 유럽의 교훈

등록 :2021-09-08 18:33수정 :2021-09-09 02:33

[왜냐면] 홍민|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남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체결한 지 3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와 보완점을 차분하게 되짚어 볼 시점이다. 확연하게 다른 결을 가진 시각들이 교차한다. 정전협정을 준수하는 의미 있는 합의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군사적 대비태세의 약화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어떤 평가가 타당한 것인지 따져 보기 위해서는 주관적 느낌이나 정략적 프레임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둔 좀 더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평가의 일차적 기준은 어디까지나 9·19 군사합의 취지와 목표, 이행의 결과가 서로 배치되지 않고 합목적성을 갖는가여야 한다.

군사합의는 남북한이 상호 적대행위 중지를 통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및 서해 평화수역 설정 등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실천 조항들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실천은 어떠했는가. 남과 북은 접경지역에서의 상호 적대행위 중지 조치를 충실히 이행해왔다. 이로 인해 군사적 안정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군사합의 전까지 북한의 적대행위는 무려 3천여건에 달했지만, 지난 3년간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은 단 한건도 없었다. 충돌 부재의 이 수치가 군사합의 성과를 웅변하는 객관적 진실이다.

‘9·19 군사합의’ 이행 차원에서 비무장지대 내에서 최초로 유해발굴을 진행했다. 대립의 상징이었던 공동경비구역(JSA)도 완전히 ‘비무장화’되었다.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2017년 판문점 총격 사건과 같은 충돌은 이곳에서 재발하기 어렵다. 시범 철수한 지피(GP) 중 파주·철원·고성 지역의 3개 지피는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구간으로 개방했다. 이곳을 찾는 국민들은 분단 이래 상상하지 못했던 평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물론 구체적 이행이 답보 상태인 사항도 있고, 앞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러나 군사합의의 의미와 성과는 현재까지의 상황만으로도 유의미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은 초기 단계이지만, 이제 그 성과에 대한 논란보다는 평화를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에 더 관심을 기울일 때다.

그런 측면에서 유럽의 군비통제 사례를 하나의 교훈으로 참고해 볼 수 있다. 냉전시대 유럽은 재래식 전력의 대결적 군비증강과 첨예한 군사적 긴장의 현장이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를 양축으로 미-소 진영의 재래식 전력이 대규모로 집중되었다. 중무장한 동서 지상군이 약 175만명 이상 배치돼 있었다. 양측은 이러한 안보딜레마를 타개하기 위해 1973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출범시켰다. 초기에 구속력의 부재라는 한계로 인해 초보적 수준의 신뢰구축 합의에 머물렀지만, 양측은 정보교환 및 상호사찰을 확대하는 등 검증과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1995년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정식 제도화하는 결실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유럽 재래식무기 감축협상’(CFE)이라는 성공적 군축 사례로 귀결될 수 있었다.

이 성공적인 유럽의 사례도 초기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합의로부터 정식 기구의 출범까지 22년이 걸렸다. ‘9·19 군사합의’의 이행은 3년에 불과하다. 이제 군사합의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논쟁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실질적 이행의 진전을 고민해야만 한다. 최근 북한의 행보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들이 있지만, ‘3년의 평화’가 멈춰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안정성을 ‘한반도 전 지역’의 평화와 신뢰구축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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