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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율곡비리 물증을 찾아라

등록 :1995-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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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숨긴 거액 사례금, 스위스 은행 예치 가능성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사과성명에서 자신이 임기 동안 조성한 5천억원의 비자금은"주로"기업인들한테서 받은 성금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기업 이외의 자금출처가 드러날 경우에 대비해 빠져나갈 구멍 을 만들어놓고 있다는 냄새도 적잖이 풍기고 있다. 스위스 은행 비자금 은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가장 유력한 자금원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율곡사업이다.

감사, 노씨 조사없이 서둘러 종결

역대 정권이 "관행적으로" 무기도입 과정에서 거액의 사례금을 챙겨왔 을 뿐 아니라 노씨 재직중 이 사업에 관여한 인사들이 하나같이 억대의 뇌물을 챙긴 사실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 감사원에 따르면 50억원이상의 무기구입은 대통령 결재사항이었다는 사실도 밝혀져 이런 추측을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제너럴 다이나믹스사를 포함한 18개 대형 무기수출회사들에 대한 제3국 로비 혐의를 조사중인 미국 연방법원 이 오는12월께면 그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노씨 비자금의 실체는 머지 않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지난 74년부터 시작돼 지난해까지 무려 27조8천억원이 투입된 율곡사업에는 6공 기간 동안에만도 차세대전투기 사업, 대잠초계기 도입 등을 둘러싸고 14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다.

더욱이 국제 무기거래에서 거래 가격의 3~5%정도를 사례금으로 제공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고, 절차상 50억 이상의 사업은 모두 노씨가 결정하 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율곡사업에서도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으리라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93년 감사원의 특감에서 빙산의 일각이나마 드러나는 듯했던율곡사업은 전두환 노태우씨가 모두 "전직 대통령이 그런 문제에 답변하는 것은 안 좋은 선례를 남긴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해 "성역"에 접근하지 못한 채 끝났다. 무기거래의 은밀성과 군사비밀이라는 보호막도진상 공개를 회피하는 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국회의 국정감사 등을 통해 비교적 진실에 접근했던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차세대전투기 사업(KFP)이다. 약 4조원의 돈이 투입된 이 사업은 지난 89년 12월 이상훈 당시 국방장관이 맥도널드 더글라스사의 F-18을 차세대 기종으로 선정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91년 3월 당시 F-18 도입을 고집해온 정용후 공군 참모총장 등 F-18지지자들이 제 거된 뒤 새로 취임한 이종구 국방장관의 주도로 F-18을 제너럴 다이나 믹스사의 F-16으로 변경하자고 건의하는 형식을 밟아 노씨가 이를 최종 승인하면서 상황은 바뀐다. F-16이 성능도 우수하고 가격까지 싸다는 게 변경 이유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거액의 사례금이 오갔다는 의혹이 당시부터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 93년 7월 이 문제를 감사한 당시 황영하 감사원 사무총장도 "노씨의 변경 지시는 합리적이지 못한 부당한 지시였다"고 밝혀 노씨 관련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면서도 서면질의조차 거부한 노씨에 대한 조사없이 서둘러 감사를 종결했다.

F-18 사례금은 너무 적었다?

지난달 25일 대정부 질의에서 강수림 의원은 이와 관련해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폭로했다. 그 내용은 대략 이렇다. 노씨는 89년 12월 20일 차세대 기종을 F-18로 결정하면서 맥도널드 더글라스(MD)사한테서 5천만달 러(4백억원)의 사례금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5공시절 전투기 구매 대가 로 지급된 사례금이 1억달러였다는 사실을 안 뒤 노씨가 당시 김종휘 외 교안보 수석과 한주석 공군참모 총장과 협의해 기종을 바꾸기로 결정하고90년 10월 26일 이종구 국방장관에게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지시에 따라 당시 이양호 합참 3차장(현 국방장관)이 미 국방부로 가 기종 변경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당시 미 국방부 안보담당 차관보인 헨리 로엔 과 공군 참모총장 메럴 매픽 등이 F-16으로 변경하는 것은 효율성과 기능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F-18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고, 한국정부가 F-18을 직구입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이에대해 당시의 한미간 회의 보고서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이 차장은 F-16에중거리 공대공 유도탄 장착 기술이 개발되는 등 공군 작전에 적합하다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에 따라 노씨는 91년 3월 28일 F-16도입을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이 과정에서 이종구 국방장 관이 노씨한테 3억원의 격려금을 받아 대동은행 충무로 지점에 "김성태 "라는 가명으로 입금했고, 청와대와 무기거래상한테서 받은 사례금 35억6천만원도 그의 통장을 드나들었다고 주장했다. 강의원은 당시 무기 구매협상 과정에 관여했던 인사한테서 노씨가 이 과정에서 1억달러를 사례금 으로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라 지난 93년 5월부터 차세대전투기 사업 등 23개 의혹사업을 감사한 결과 이상훈 국방장관은 잠수함 사업과 공군훈련기 사업 등에 관 여하면서 1억5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그의 후임인 이종구국방장관도 율곡사업과 관련 무기상한테서 7억8천만원의 뇌물을 챙긴 것 으로 밝혀졌다. 또 무기도입과 관련해 최대의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종휘 외교안보 수석도 1억 9천만원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강창성 의원 등은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노씨의 관련 사실에 의혹 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노씨가 막대한 수수료를 챙길 수밖에 없었다는 "흔적"을 발견한 감사원조차 감사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그리고 검찰도 이상훈,이종구씨와 김철우 해군 참모총장, 김종호 전 해군 참모총장, 한주석 공 군 참모총장 등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하고 노씨의 비자금과 관련한 열쇠를 쥐고 있는 김종휘씨는 미국으로 도피해 기소중지하는 선에서 수사를끝냈다.

미국 무기회사 수사결과 어떻게 나올까

때문에 아직까지 심증은 있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는 미제의 사건으로 남 아 있는 것이다. 국방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최근 제너럴 다이나믹 스사가 당시 약 2천억의 사례금을 노씨에게 제공했는데 한국에는 2백80억원만 전달됐고 나머지 돈은 비자금을 관리하는 전문인이 스위스 은행에 예치했다는 제보가 있었으나 아직 확실한 물증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하원의 한 의원을 통해 알아본 결과 현재 미 연방법원이 제너럴 다이나믹스사를 포함한 18개 대형 무기수출회사들에 대해 "제3국 로비혐의"를 잡고 수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두달 정도면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사실을숨기지만 않는다면 노씨 비자금 파문은 두달 뒤 또다른 핵폭풍을 기다리 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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