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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레닌을 넘어 ‘무엇을 할 것인가’

등록 :200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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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셰비키 10월 혁명은 부르주아 독재” 주장 /“다중 자치·탈국가주의의 사파티스타가 대안”

무엇을 할 것인가?

워너 본펠드 외 지음·조정환 옮김

갈무리 펴냄·1만5000원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1870~1924)이 청년 시절 가슴에 품고 다니며 수없이 읽었던 책이 있다. 앞시대의 인민주의 혁명가 니콜라이 체르니셰프스키(1828~1889)가 감옥에서 쓴 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1863)였다.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이 나온 지 40년 뒤 레닌은 똑같은 제목의 정치 팸플릿 〈무엇을 할 것인가?〉(1902)를 썼다. 이 팸플릿은 이후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따르는 모든 사람들이 숙지해야 할 ‘혁명의 교과서’가 됐다. 체르니셰프스키의 소설과 이름은 같지만, 이 책은 농민 중심의 혁명주의라 할 인민주의 전통과 전혀 다른 혁명방법론을 내세웠다. 우선은 혁명의 동력을 농민이 아닌 프롤레타리아에게서 찾았다는 점에서 달랐으며, 더 중요하게는 프롤레타리아의 ‘자생적 의식’을 지도하는 혁명 전위를 앞세웠다 점에서 특징적이었다. 프롤레타리아의 바깥에서 혁명적 계급의식을 가르치는 지도부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그 의식을 구현한 중앙에 권력이 집중돼야 한다는 중앙집중주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레닌의 혁명론에 기반한 볼셰비키 혁명은 파산하고 말았다. 워너 본펠드(영국 에든버러대학 교수)를 비롯한 ‘자율주의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글을 모은 〈무엇을 할 것인가?〉는 100년 가까이 혁명의 교본으로 쓰였던 같은 이름의 레닌 저작을 중심에 두고 레닌주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책이다. 지은이들은 레닌주의가 실패한 근본적 원인을 따지고, 로자 룩셈부르크를 비롯해 레닌과는 다른 혁명관을 지녔던 반레닌주의 혁명 전통을 살핀 뒤, 반자본주의 혁명의 새로운 상의 윤곽을 그린다.

지은이들은 레닌주의가 마르크스주의를 계승하고 발전시켰다는 기왕의 볼셰비즘적 역사관을 단호히 부정한다. 이들에게 레닌주의는 마르크스주의의 근본정신에서 일탈한 하나의 특징적인 사례일 뿐이다. 이를테면, 볼셰비키가 이룬 10월 혁명은 사회주의 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부르주아 혁명에서 머물렀다고 이들은 본다. 마치 프랑스혁명에서 프티부르주아 중심의 자코뱅파가 부르주아 혁명을 주도했듯이, 러시아혁명은 부르주아 없이, 또 부르주아에 대항해 일으킨 ‘독특한 성격의 부르주아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혁명 이후 노동착취가 사라지지 않고 국가와 당 지도부가 부르주아를 대신해 착취의 결과물을 챙겼다는 데서 이 혁명의 성격을 알아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레닌이 실천한 전위(당)의 ‘중앙집중제’가 일종의 ‘부르주아 독재’였다는 사실이다. 그 극명한 사례를 1921년 터진 ‘크론슈타트 반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노동자와 병사들이 일으킨 이 ‘반란’을 볼셰비키들은 ‘반혁명적 봉기’라고 규정하고 진압했지만, 이들이 원한 것은 볼셰비키가 약속한 자유와 평등이었다. 이 책은 크론슈타트 봉기야말로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노동자 권력의 원형을 보여주었으며, 봉기의 진압과 함께 러시아는 진정한 사회주의 혁명과는 완전히 단절했다고 평한다.

그렇다면 레닌주의적 국가주의나 권위주의와 다른 혁명의 모습은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가? 이 책이 제시하는 것은 1994년 봉기한 멕시코 농민 혁명군 사파티스타이다. 지은이들이 보기에 사파티스타는 ‘다중의 자치와 자치의 확장을 통해 국가권력을 공동화하고 아래로부터의 변혁을 추구하는’ 올바른 혁명전략을 보여준다. 소수독재나 국가권력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프롤레타리아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억압받는 모든 종류의 소수자들이 연대해서 이루는 혁명이야말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라는 것이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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