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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일본

아베 “강제징용 판결, 국제법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

등록 :2018-10-30 16:22수정 :2018-10-30 21:40

외무성 “한국정부 적절 조처 안 하면 국제재판 검토”
고노 외상, 한국대사 초치…“국제사회 상식 아니다”
신일철주금 “원고 2명은 이미 일본 재판에서 패소”
기업 화해 원한다 해도 아베 총리 등이 가로막을듯
일 시민단체 “양쪽 교섭 통해 기금 조성 등 해법 필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 총리관저 제공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 총리관저 제공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개별 배상’을 해야 한다는 30일 한국 대법원 판결에 일본 정부는 예상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 판결은 국제법에 비출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의연히 대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고노 다로 외상도 즉시 성명을 내어 “일-한의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집는 것으로, 극히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가 국제법 위반 사태(대법원 판결) 시정을 포함해 적절한 조처를 취하기를 강하게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법부의 확정 판결 취소까지 요구한 셈이다. 고노 외상은 ‘적절한 조처’가 없으면 “일본도 일본 기업의 경제 활동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국제 재판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시야에 넣어 의연한 대응을 할 생각”이라며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에 ‘일-한 청구권 관련 문제 대책실’을 설치했다. 하지만 국제사법재판소(ICJ)엔 강제 관할권이 없어 한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문제가 국제 재판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없다.

또 고노 외상은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이번 판결이 1965년 한-일 협정에 어긋난다고 항의했다. 그는 이 대사에게 “법의 지배가 관철되는 국제사회에서 상식으로 생각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신일철주금도 성명을 내어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청구권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1965년 협정을 거론하면서, 원고 4명 가운데 2명은 이미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가 확정됐다고 했다. 주요 쟁점인 △청구권협정이 개별 청구권을 소멸시키는지 여부 △일본 판결의 효력 인정 여부에 대한 한국 대법원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신일철주금의 내부 상황은 복잡할 수 있다. 너무 강경하게 나가면 원고 4명에게 각각 1억원(총 4억원)이란 소액의 배상 문제로 한국 내 사업이 어려워지고, 한국 내 자산이 압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노 히데키 ‘강제연행·기업책임 추궁 재판 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신일철주금은 2013년 주주총회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주주의 질문을 받고 ‘판결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지금)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일본 정부의 강력한 반대와 강경한 국내 여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를 풀기 위해선 다시 한번 외교적 협상이 필요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아베 총리는 2015년 ‘아베 담화’에서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지게 해선 안 된다”며 더는 역사 문제로 아시아 주변국들에 반성적 태도를 보이진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일본 시민단체 쪽에서는 양쪽이 냉정한 자세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야노 사무국장은 “원고들은 한국 내 신일철주금 자산을 압류하는 등의 극단적 대응을 삼가고, 일본도 한국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 원만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교섭을 통해 원고들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기금 조성 등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 안에서도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를 파탄으로까지 몰아넣기에는 부담스러운 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일본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납치(일본인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미국 3개국 연대가 불가결하다고 보는데, 일-한 관계 악화가 이런 연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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