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총리 관저 누리집 갈무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해 20%대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에 내몰렸다. 기시다 내각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지지율 반등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포스트 기시다’를 둘러싼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0일 지난 이틀에 걸친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032명) 결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한달 전보다 4%포인트 떨어진 21%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현직 총리의 지지율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3·11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겪었던 간 나오토 정권 말기인 2011년 8월(15%) 이후 12년 만이다. 지지율이 다소 높게 나오는 요미우리신문의 같은 날 발표를 봐도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은 24%(17~19일 전화 여론조사, 응답자 1067명)까지 곤두박질쳤다. 한달 만에 무려 10%포인트나 꼬꾸라져 자민당이 재집권한 2012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2021년 9월 초 자진 사임한 전임 스가 요시히데 총리보다 못한 수준이다.

언론사별로 수치의 차이가 있을 뿐,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 양보’와 지역구가 있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4~5월 지지율이 빤짝 급등했다가 6월 이후 한번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선 4월 36%에서 5월 45%로 올랐다가 6월 33%, 8월 26%, 10월 25%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고, 요미우리신문에서도 5월 56% 이후 6월 41%, 8월 35%, 10월 34% 등을 유지하다 이번엔 20%대로 주저앉았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선 70살 이상(30%대)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했다. 자칫하면 12월엔 20%대가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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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반전의 계기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기시다 총리가 최근 야심차게 내놓은 감세, 보조금 지급 등 대규모 경제대책에 대해 응답자의 60% 이상이 부정 평가했다. 가뜩이나 지지율도 바닥인데, 내각 차관급 인사 3명이 세금 체납, 선거법 위반, 불륜으로 잇따라 낙마해 정권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을 보면,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정책에 대한 기대가 없다’가 47%로 가장 많았고,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18%), ‘총리에게 지도력이 없다’(15%)가 뒤를 이었다. ‘기시다 총리가 언제까지 했으면 좋겠냐’는 물음에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가 52%로 가장 많았다. ‘당장 교체’ 의견도 33%나 됐다. 무려 85%가 연임을 원하지 않은 셈이다. 자민당 내에선 “(지지율) 바닥이 뚫린 것 같다. 비정상적인 수치다”, “민주당에 정권 교체를 허용한 아소 다로 내각 말기 양상과 비슷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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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똑 부러지는 대항 후보가 없어 당장 ‘기시다 오로시’(기시다 총리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가 표면화되고 있진 않다. 게다가 당분간 중·참의원 등 대형 선거가 없고, 입헌민주당 등 야당의 지지율이 저조하다. 다만, 기시다 총리의 연임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면서, 누가 다음 총리가 될 것이냐라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산케이신문이 지난 11~12일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차기 총리 후보 1위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15.2%)이 차지했다. 지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패했던 고노 다로 디지털상(11.6%)이 2위였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9.7%),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8.8%),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6.2%)이 뒤를 이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