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터진 지 20여일이 지난 2011년 3월30일, 드론으로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의 모습이다.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이 일어난 3호기(왼쪽)의 잔해가 보인다. 오른쪽 4호기 건물도 수소 폭발로 인해 크게 파괴됐다. EPA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터진 지 20여일이 지난 2011년 3월30일, 드론으로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의 모습이다.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이 일어난 3호기(왼쪽)의 잔해가 보인다. 오른쪽 4호기 건물도 수소 폭발로 인해 크게 파괴됐다. EPA 연합뉴스

일본 국회에서 현행 최장 60년까지만 허용된 원자력발전소 수명을 그 이상으로 늘리는 법안이 통과됐다. 사실상 원전 수명과 관련해 규제가 없었던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참의원은 지난 31일 원전을 60년 이상 가동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탈탄소 원전법’을 가결했다. 법안은 전기사업법, 핵연료 물질 및 원자로의 규제에 관한 법률 등 5개 법안의 개정안을 하나로 묶은 것이다. 자민당·공명당 등 여당과 보수 야당인 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은 찬성했고, 나머지 야당인 입헌민주당·공산당·사민당·레이와 신센구미는 반대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원전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최장 수명인 ‘60년’을 계산할 때 안전 심사 등으로 인한 원전 정지 기간은 계산에서 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재가동 심사 등으로 10년간 원전이 멈췄으면, 최대 70년 동안 원전을 가동할 수 있다. 다만 원전이 가동된 뒤 30년이 지난 경우 10년에 한 차례씩 기기와 설비 상황을 심사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원전 수명 연장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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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의 운전 기간을 결정하는 기관도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경제산업성으로 바뀐다. 원전 수명 ‘제외 기간’의 구체적인 기준도 경제산업성이 만들기로 했다. <도쿄신문>은 1일 “노후 원전의 운전 연장 인가를 두고 규제 당국인 원자력규제위가 원전 추진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에 권한을 넘긴 것은 전력회사를 보호하는 흐름이 강해졌음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전력회사의 과실이나 책임으로 심사·공사가 늦어진 경우도 제외 기간에 포함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 한 해 뒤인 2012년 안전 규제 강화 차원에서 원전 최장 운전 기간을 60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원전의 운전 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하되 원자력규제위 허가를 받으면 20년을 연장해 최대 60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했는데, 이번 개정으로 60년 제한 규정은 형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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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수명 연장 결정에는 세계적 탈탄소 움직임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약 6%에서 2030년 20~2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일본 내 원자로는 모두 33기로 이 가운데 10기가 재가동 중이다. 나머지 23기는 모두 11년 이상 가동이 중단됐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은 ‘2030년 원전 비중 20%’를 실현하려면 25~28기의 원전이 가동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일본 정부는 원전 재가동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원전 수명 연장이라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보수적 아베 신조 정권 때도 시도하지 못했던 원전 신·증설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 원전 정책의 대전환이다.

도쿄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반성과 교훈은 어디로 갔나. (일본의 원전 정책이) 사고 전으로 돌아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전 의존이 일시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위한 억제책이 될지 모르지만, 핵쓰레기 최종 처분은 해결될 전망이 없는 상태다. 막대한 비용과 사고 위험은 국민이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