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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바이든 100일, 미국과 자본주의 변화의 시동인가?

등록 :2021-04-30 20:03수정 :2021-05-01 02:3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쪽)은 지난 28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1조8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을 발표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쪽)은 지난 28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1조8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을 발표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겸 상원의장(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뒤에는 두명의 여성 카멀라 해리스와 낸시 펠로시가 상·하원 의장으로 배석했다. 코로나 사태로 방청객 입장이 제한됐지만,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의 관람석에는 트랜스젠더 청소년, 총기규제 활동가, 어린 시절 불법으로 미국으로 온 이민자가 온라인으로 초대됐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8일 의회 연설 풍경이다. 여성이 상·하원 의장을 모두 차지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고, 성소수자와 비합법 이민자가 대통령 의회 연설에 초대된 것도 이례적이다. 낯선 풍경만큼 바이든의 취임 100일과 이날 연설도 이례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날 연설의 핵심인 1조8천억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이 상징하는 바이든 취임 이후 일련의 대규모 지출안은 정부의 역할에 대한 대대적인 재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바이든도 “우리는 민주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우리 정부가 여전히 작동하고, 우리가 우리 국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바이든, 국가가 국민에게 어떻게 봉사하는가에 대한 변화를 추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린든 존슨의 ‘위대한 사회’와 루스벨트의 ‘뉴딜’ 시대 이후 보지 못했던 정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조정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바이든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부’라는 장문의 사설에서 “그의 1조8천억달러 계획안은 노동을 해야 보상을 받는다는 오래된 사회계약을 거부한다”고 비난한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정부 역할을 크게 재조정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1조달러의 지출과 8천억달러의 세금혜택으로 구성된 그의 ‘미국 가족계획’에는 △3~4살 아동의 보편적 무료 탁아 △무상 커뮤니티칼리지 교육 △최장 12주까지의 유급 가족·의료 휴가 △아동 세액공제 확대와 연장 등이 포함됐다. 특히, 아동 세액공제와 관련해서는 연소득 15만달러 이하 가정의 6살 이하 아동에게는 연 3600달러, 7~18살에게는 연 3천달러를 아동양육보조금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방안을 담았다. 아동 한명당 매달 3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중하류층 가정들을 위한 이런 세액공제는 앞서 발표된 코로나19 구호안에 포함된 것이지만, 이를 확대해서 2025년까지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 방안이 일시적이기는 하나, 일단 시행되면 미국 복지체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3살부터 아동양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여서 중하류층의 일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게 덜어진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이미 의회에서 통과된 1조9천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구호 및 경기 진작 안인 ‘미국 구호 계획’, 그리고 의회에 제출된 2조3천억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개선 및 일자리 창출 안인 ‘미국 일자리 계획’에 이은 이번 ‘미국 가족계획’은 1930년대 대공황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 이후 최대의 정부 역할 확대이다.

모두 6조달러 규모의 이런 지출안 재원을 위해서 부자증세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소득 상위 1%를 겨냥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37%에서 39.6%로, 100만달러 이상 자본이득에는 자본이득세 최고세율을 20%에서 39.6%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정부가 문제’라며 감세와 정부 역할 축소를 진행한 지 40년 만에 바이든은 ‘정부가 해결책’이라며 증세와 정부 역할 확대로 극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미국은 균형재정에 입각한 작은 정부를 신자유주의 시대의 정부 철학으로 선도하다가, 이제는 이를 앞장서서 허물고 있다. 감세를 추진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코로나 위기 앞에 2조3천억달러 구호 안과 전국민에게 구호금 지급을 주도해, 정부 역할 확대를 이미 예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은 코로나19 위기,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 대결, 지구온난화 등에 직면한 미국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로 악화한 소득불평등 해소, 중국을 제압하는 미국의 경쟁력 제고,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경제 패러다임 변화가 목적이다. 이 때문에 <파이낸셜 타임스>는 대공황 극복을 위해 경기를 진작하고 복지체계를 만든 ‘뉴딜’의 루스벨트, 인공위성을 먼저 쏘아올린 소련의 부상 앞에서 고속도로 건설 및 기초과학 연구로 미국 경쟁력의 개선을 독려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민권 및 복지 확대를 이룩한 ‘위대한 사회’의 린든 존슨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 모두를 바이든이 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의 100일은 미국과 자본주의를 바꾸려는 변화의 시동인가? 그가 추진하는 지출안들의 통과 여부와 그 시행 효과가 일단 시금석이 될 것이다.

정의길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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