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를 가리키고 있지만, 민주당은 마음을 놓치 못하고 있다. 다수의 예상을 뒤집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4년 전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확률은 바이든이 승리하는 경우의 수보다 현격하게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50개 주와 워싱턴(D.C)에 할당된 대통령 선거인단 총합 538명의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는 2016년에 30개 주에서 승리해 306명의 선거인단을 손에 넣으며 당선됐다. 이번에 이기려면 4년 전 성적에서 바이든에게 빼앗기는 선거인단 수를 36명 이내로 방어해야 한다. 대선 승부를 가를 6대 경합주이자 4년 전 트럼프 손을 들어줬던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펜실베이니아(20명)·미시간(16명)·노스캐롤라이나(15명)·애리조나(11명)·위스콘신(10명)의 선거인단 수는 모두 101명이다. 이 가운데 여론조사상 미시간·위스콘신에서 바이든의 우위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는 나머지 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에서 전부 이겨야 한다. 4년 전 민주당 손을 들어줬으나 현재 여론조사상 바이든의 우위가 5%포인트 안쪽인 미네소타(10명), 네바다(6명)를 트럼프가 빼앗는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다.
이게 현실화되려면 대선 당일 현장투표에 트럼프 지지층이 대거 몰려나와서, 이미 진행된 민주당 우위의 우편투표를 압도해야 한다. 트럼프를 지지하면서도 여론조사에는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 유권자가 상당수 존재하며, 이들이 일제히 투표한다는 조건이 다 맞아떨어져야 한다. 보수 성향 여론조사기관인 트라팔가그룹의 로버트 캐핼리 수석위원은 “지난 번보다 샤이 트럼프가 더 많다”며 다수 여론조사 기관들이 4년 전과 같은 재앙적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라팔가그룹은 트럼프가 플로리다에서 3%포인트(10월25~28일 조사) 앞선다는 등 다수 기관들과는 다른 수치를 내놓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가도 31일 <더 힐>에 “여론조사 기관들은 침묵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며 “진짜 문제는 그들이 얼마나 많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폭풍 유세’와 250만명을 동원한 가가호호 방문 선거운동으로 지지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트럼프가 이기려면 민주당 쪽의 실패도 더해져야 한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이나 젊은이들이 4년 전 힐러리 클린턴에게 했던 수준이나 그 이하로 바이든에 투표하는 경우다. 하지만 바이든은 클린턴보다 호감도가 높고,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도 4년 전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