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휴전을 조건으로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카타르의 군주인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는 8일(현지시각) 공동성명에서 가자 전쟁을 끝내려는 “최종적인” 휴전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등은 이 성명에서 가자 휴전 및 가자에 납치된 인질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는 협상을 결론 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어떤 당사자들도 더 이상 지체할 이유나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은 인질을 석방하고, 휴전을 시작하고, 이런 합의를 이행할 시간”이라며 “우리는 중재자로서 필요하다면 모든 당사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방식으로 남아있는 문제들의 이행을 해결할 최종적인 중재안을 제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이 성명 발표 직후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 등이 제안한 휴전 회담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및 중재자들의 제안에 협상 틀 이행을 위한 세부사항에 동의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장소가 결정되는 대로 오는 15일에 협상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 휴전협상은 이스라엘의 소행인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벌어진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의 암살로 중단됐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천명해,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됐다. 앞서도 가자 휴전협상은 네타냐후가 고비마다 새로운 요구를 추가함으로써 결렬되어 왔다. 이번 휴전협상에서 네타냐후가 전향적 자세를 보일지는 의문이나, 이스라엘의 하니야 암살공작에 바이든 대통령 등 미국이 분개하는 상황이어서, 최대한의 압박이 예상된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가자 휴전을 조건으로 이란 쪽의 보복 공격을 자제시키는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란 쪽도 보복 공격을 중단할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조처들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의에서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시엔엔(CNN)에 “격화를 막는 첫번째 걸음은 그 근본 원인, 즉 가자에 대한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침략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요르단 외교장관으로는 20년 만에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중재 외교를 펼친 사파디는 이란이 격화에서 나오는 출구를 찾고 있을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위협에서 물러날 외교적 보호막이 필요하고, 이는 가자 휴전이라고 방송은 분석했다. 즉, 이란은 보복보다는 가자의 팔레스타인 주민 목숨을 더 중시한다는 명분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만약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정말로 중동에서 전쟁과 불안정을 막기를 원하고, 그런 주장을 증명하려 한다면,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무기판매와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에 대한 대량학살과 공격을 중단하고, 휴전을 수용하도록 강제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리와 서방의 정보 관리는 방송에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란 없이 단독으로 행동에 나설 전망이 높아져, 이란보다는 헤즈볼라에 대한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헤즈볼라의 단독 공격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이 대응을 자제한다면 헤즈볼라의 공격선에서 이번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이 민간인을 해친다면 가혹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헤즈볼라가 공격해도 금지선을 넘지 않는다면, 사태를 확대시키지 않겠다는 시사이기도 하다.
미국 관리들은 최근 며칠 동안 이란과 이스라엘 양쪽의 어떠한 행동도 서로 저울질 될 것이어서, 더 폭발적인 분쟁을 촉발시키지 않고 다양한 당사자들의 체면을 살릴 수 있다는 잠정적인 낙관을 표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9일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