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약국 체인인 로스만이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공개 지지를 문제 삼아 테슬라 차량 구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시엔비시(CNBC) 등 외신들은 7일(현지시각) “로스만이 앞으로 테슬라의 전기차를 추가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며 “테슬라 차량 구매 중단 결정은 머스크의 정치적 결정이 미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도 그가 운영하는 기업 테슬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앞서 로스만은 지난 6일 자사 누리집에 “머스크가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기후 변화를 사기’라고 불렀는데, 이는 전기자동차 생산으로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테슬라의 목표와 완전히 반대된다”고 발표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한 데 이어,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발언했다. 또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첫 대통령 재임 때처럼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로스만은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머스크의 발언과 테슬라가 자사 제품을 통해 대변해온 (환경 중심) 가치는 양립할 수 없다는 판단을 근거로 더는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스만은 유럽 전역에 직원 6만2천여명과 4700여 매장을 두고 있다. 로스만은 한해 180대 가량의 차량을 구매하는데, 이 가운데 테슬라 차량은 38대 정도로 큰 비중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널리 알려진 대기업이 머스크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와 정치 성향을 문제삼아 그의 기업에 공개적으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로스만은 이미 구입한 차량에 대해서는 매각 등 처분하지 않지만 이후 새 차량이 필요할 때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업체의 차량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머스크가 개인적인 정치적 지향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는 손해가 되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아메리카 팩’이라는 단체를 통해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상당한 금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다고 밝힌바 있다. 통신은 “세계 최고 갑부가 미국 정치 지형에 자신을 각인시키려는 큰 도박”이라고 짚었는데, 머스크의 ‘도박’이 부메랑이 되어 테슬라의 위기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포춘’은 “머스크의 도널드 트럼프 지지가 유럽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테슬라의 전기차 사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시엔비시도 “미국 공화당원들은 2022년 말 머스크가 엑스(X·옛 트위터)를 인수한 뒤 그를 더 호의적으로 보기 시작했지만, 이 사안이 전기자동차 '구매 고려'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반면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머스크의 평판은 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