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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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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에서 경기장 내 주류 판매가 금지된 것을 ‘반전의 기회’로 삼아 무알코올 술이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일 “세계최대 맥주 그룹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BI)가 파리올림픽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공식 맥주로 선정해 젊은 층의 맥주 외면, (주류에 대한) 홍보 광고에서의 제약, 높은 주세 등 삼중고를 피하고 맥주 시장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호이저-부시 인베브가 ‘모든 황금 같은 순간을 위해’(For Every Golden Moment)라는 캠페인과 함께 파리올림픽 공식 맥주로 ‘무알코올 코로나 세로’(alcohol-free Corona Cero)를 선정한 것은 올해 초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전세계 음료 회사들이 알코올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안호이저-부시 인베브가 올림픽에서 무알코올 맥주인 ‘코로나 세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영국 주류기업 디아지오와 네덜란드 하이네켄도 각각 지난해 6개국 럭비대회와 세계 최고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을 후원하면서 무알코올 맥주를 홍보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기업이 무알코올 맥주를 공식 맥주로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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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파리올림픽은 일반 관람객의 경기장 내 알코올 섭취가 금지된 대회여서 이런 마케팅이 더 눈길을 끈다. 프랑스는 1991년부터 자국 경기장 내 일반 관람객들에게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하는 ‘에빈법’(Evin’s Law)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번 올림픽 기간에 따로 이 법의 예외를 적용하는 등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애주가들로부터 프랑스 국민뿐 아니라 올림픽을 보기 위해 프랑스에 온 다른 나라 국민에게까지 경기장 음주 금지를 적용하는 건 지나치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맥주 업계 최초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상위 파트너가 된 안호이저-부시 인베브가 파리 올림픽에서 무알코올 맥주를 간판 상품으로 내세운 것은 프랑스가 경기장 내 주류 판매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짚었다. 맥주회사가 ‘알코올 없는 맥주’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것에는 이번 기회에 ‘무알코올 술’의 저변을 넓혀 맥주 시장 자체를 확대하겠다는 뜻이 깔렸다. 안호이저-부시 인베브 쪽은 아이오시와 이번 파리올림픽,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올림픽까지 계약을 하며 약 9억달러(약 1조2300억원)의 공식 후원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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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미국 맥주 출하량이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맥주 시장 자체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일시적인 회복 양상을 보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또 건강 문제로 영국, 중국, 인도를 비롯해 알코올음료 홍보를 규제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음주 원인으로 지난해 전세계에서 260만명이 사망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대로 무알코올 맥주의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알코올 맥주 세계 판매액은 전년대비 14% 증가한 341억달러(약 46조6천억원)에 이른다. 전체 맥주 시장의 5.5% 규모다.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512억달러로 현재의 1.5배가량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개선됐다고 해도 여전히 ‘술’로서는 ‘변절한 맥주’라거나, ‘가짜 맥주’라는 인식이 남은 게 사실이다. 주류 회사들로서는 전세계가 지켜보는 이벤트인 올림픽을 계기로 이런 인식 변화에 도전해 시장을 넓혀보겠다는 것이다. 안호이저-부시 인베브 쪽은 아이오시와 계약 당시 기자회견에서 “맥주와 스포츠는 궁합이 잘 맞는다”며 “절제된 음료로 급성장하고 있는 코로나 세로가 그 흐름을 선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