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30일(현지시각) 왕이 중국 외교부장(장관) 겸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을 초청했다고 우크라이나 외교부가 밝혔다. 지난 23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왕이 부장을 만나 러시아와 대화할 뜻을 밝힌 데 이어 곧바로 그를 초대하면서 양국의 정상급 만남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헤오르히 티크히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왕이 부장 초청 소식을 전하며, 앞서 쿨레바 장관이 방중한 점을 두고도 중국과 우크라이나의 대화가 “발전적이고 매우 역동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징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왕이 부장도 제안에 흥미를 보였다고 티크히 대변인은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왕이 부장을 환영할 준비가 됐으며, 러시아 침략의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왕이 부장과 지역 및 국제 문제에 관한 깊은 양자 대화를 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와 중국 정상은 2023년 4월 처음 통화로 대화를 나눴던 게 전부다. 그러나 이날 티크히 대변인은 “쿨레바 장관의 방중으로 양국 정상 회담이 가까워졌는가? 명백히 그렇다”며 양국 대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티크히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중국은) 다양한 수준에서 발전을 계속하고, 더 많은 회담과 대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중국 지도자 간 만남을 위한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회담 시점에 관해 말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가능성에 대해서도 티크히 대변인은 “접촉과 회의, 전화 통화, 방문이 쭉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인도 매체는 모디 총리가 우크라이나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해 8월말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 23∼26일 3일간의 일정으로 쿨레바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러시아와 대화·협상을 하기를 원하고 준비 중”이라고 말해 뚝 끊겼던 양국 평화 협상의 공간이 생길지 주목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난 15일 다가올 11월 2차 평화회의 추진 계획과 함께 여기에 러시아 대표단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국과 같은 글로벌 사우스 국가인 인도의 모디 총리도 지난 8∼9일 러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방문을 추진하는 등 대화의 장이 속속 마련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쿨레바 장관 방중과 관련해서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 24일 “러시아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고 항상 열려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세부 사항이 중요하다. 우린 아직 이를 알지 못하고, 더 명료한 설명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