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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왼쪽) 이탈리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9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왼쪽) 이탈리아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9일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과 중국의 관계에서 균형 잡힌 관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유럽과 중국 사이 조정자 역할을 자임했다.

멜로니 총리는 2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정과 평화,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기 위해선 규칙에 기반한 질서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이 이달 초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중국도 유럽산 돼지고기 반덤핑 조사 등 맞대응에 나서면서 무역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멜로니 총리가 중재자를 자임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이탈리아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국의 대외 핵심 사업인 ‘일대일로’를 탈퇴했던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는 경제 협력단을 이끌고 28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이며 31일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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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니 총리의 방중은 일대일로 사업 탈퇴로 생긴 중국과의 갈등을 풀고, 양국 간 경제 교류를 확대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할 가능성에 대비해 유럽과 중국과의 관계를 다지는 포석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시 주석과 멜로니 총리는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상황 및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높아지는 긴장 등 국제문제도 폭넓게 논의했다. 멜로니 총리는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중국 정부를 우크라이나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중요한 이해 당사자”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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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멜로니 총리가 유럽연합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결정되는 유럽연합 무역 정책에 멜로니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은 크지 않다. 다만 지난 6월 유럽의회에서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이 속한 유럽의회 내 극우 정치 집단(교섭단체)인 ‘유럽 보수와 개혁(ECR)’이 3번째로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등 존재감이 커졌다. 또한 멜로니 총리는 극우 성향의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부터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까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의 지도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