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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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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동성부부의 사실혼을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나가사키현 오무라시가 지난 5월 동성 커플의 주민등록 서류에 ‘남편’이라고 기재해 사실혼을 인정한 것에 대해 총무성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은 하루 전 각의(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특정 지자체가 서류상으로 ‘동성 부부’를 인정한 사안과 관련해 “실무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3월 마쓰우라 게이타(38)와 동성 파트너인 후지야마 유타로(39)는 효고현에서 오무라시로 이사했다. 별도 세대로 살던 이들은 공적 보험과 보조금 신청 등을 위해 세대를 합쳤다. 이어 주민등록을 새로 하는 과정에서 유타로를 ‘남편’이라고 적었는데, 오무라시가 이를 수리해 준 것이다. 이 커플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꿈속에 있는 것 같다. 이사 오기를 너무 잘했다”며 기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주민등록을 할때 ‘남편(미신고)’, ‘아내(미신고)’라는 표기는 두 사람이 사실혼인 경우 사용되는 방식인데, 지자체가 동성 커플에게 이를 적용해 사실혼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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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무라시가 지자체 판단으로 이들 커플을 사실상 혼인으로 인정한 것과 관련해 당시 총무성은 “동성 커플에 관한 문의가 있을 경우 (사실혼이 아닌) ‘동거인’으로 기재하도록 설명하고 있다”면서 “오무라시의 상황을 듣고,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두달여가 흐른 뒤, 마쓰모토 총무상이 직접 사실혼 인정이 곤란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이다. 총무성 쪽에서도 동성 커플이 법적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사실혼과 유사한 표기의 주민표를 교부하면 주민기본대장법상 공증자료인 주민표 사본을 교부하는 과정에 실무상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여러 지자체가 동성 커플을 인정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성간 사실혼 관계에는 유족연금이나 고용보험, 이사비 지원 등 여러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하지만, 동성 파트너들에게는 지원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무라시 쪽에 따르면 지난 8일 총무성 쪽이 전화를 통해 동성 커플을 사실혼으로 기재하는 것과 관련해 “지자체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구두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무라시와 해당 커플 쪽에서는 “정부 지시가 왜 공문이 아닌 구두로 내려온 것이냐”며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커플은 “(총무성의 구두 답변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사실혼 인정을 취소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지자체가 판단하라는 건)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재검토하라는 말이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소노다 히로시 오무라시장은 동성 커플의 사실혼을 인정한 것에 대해 “수정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무라시 역시 “자치단체 업무의 하나로 시의 재량 범위 내에서 주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대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