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독일 라이프치히 경기장에서 훈련중인 킬리안 음바페. 로이터 연합뉴스
20일 독일 라이프치히 경기장에서 훈련중인 킬리안 음바페. 로이터 연합뉴스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압승을 거두면서 이달 말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된 프랑스에서 축구선수 킬리안 음바페를 비롯한 유명 인사들까지 나서 극우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으로 유로2024에 출전한 음바페는 오스트리아와 경기를 앞둔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극단주의가 권력의 문 앞에 있는 것을 분명히 보고 있다”며 “우리는 나라의 미래를 선택할 기회를 갖고 있으니 모든 젊은이가 투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나는 극단주의와 분열을 초래하는 생각에 반대하고, 통합을 위한 생각들을 지지한다”며 “다양성과 관용, 존중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축구를 섞지 말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은 내일의 경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며 “7월 7일에도 이 유니폼이 자랑스럽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7일은 이번 조기 총선의 결선 투표일이다.

앞서 지난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민자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극우 정당 RN은 집권 르네상스당에 압승을 거뒀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과 다음달 7일에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RN의 부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다급함이 앞서 ‘정치적 도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향신문, 6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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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경기 승패보다 투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다니 무슨 일이야?

A. 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이 약진했어. 특히 프랑스에선 극우 국민연합(RN)이 31.5% 득표율로 1위를 했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우파 르네상스당(14.6%) 득표율의 2배야. 공화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이 30%를 넘겼으니 큰 충격이지.

그러자 마크롱은 즉각 조기총선을 선언했어. 조기총선이라는 극약처방으로 유권자들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켜서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거지. 마크롱의 도박 같은 결정에 역풍도 불고 있어. 하지만 프랑스 축구 영웅인 음바페까지 나서서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투표를 독려하니 일단 반향을 얻는 덴 성공한 것 같네.

Q.한국에서 국가대표 축구 선수가 “한일전보다 투표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면 난리 날 것 같은데. 

A. 음바페뿐 아니라 다른 축구선수들도 일제히 나섰어. 우스만 뎀벨레·올리비에 지루·뱅자멩 파바르도 투표하자고 했어. 마르쿠스 튀랑은 아예 “시민으로서 우리는 매일 싸워야 한다. 국민연합이 성공 못 하게 막아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어. 프랑스에선 국민적 인기를 얻는 운동선수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야. 특히 튀랑은 아버지가 유명한 인종차별 반대 운동가였어. 다만 정치에 관여 안 하던 음바페가 나선 건 이례적이야.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거지.

물론 국민연합도 가만있지 않았어.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는 “음바페를 존경하지만 생계유지에 어려움이 없는 백만장자인 그가 큰 고통에 처한 프랑스인에게 설교하는 걸 보면 거북하다”고 나섰지. 국민연합을 비판하는 이들은 대부분 파리 변두리의 비백인 이민자 거주지에서 자랐어. 이들이 인종주의에 경도된 극우를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국민연합은 젊은 유권자(18~24살)로부터 25%나 얻었어. 본래 젊은이들은 투표율이 낮은데, 이민 가정 출신들은 더욱 투표장에 안 나와. 음바페 발언이 백인 중하류층에겐 먹히지 않겠으나 이민자 출신 하류층 젊은이들은 움직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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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근데 이해 안 되는 게 있어. 이번 선거는 유럽의회 선거잖아. 그런데 왜 마크롱은 자기네 나라 총선을 다시 치르자고 한 거야?

A. 프랑스 중도우파 및 공화주의의 대표인 마크롱으로선 이대로 가다간 2년 뒤 총선이나 2027년 대선에서 국민연합이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애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외교적 타협을 주장하던 마크롱이 최근 서방국가 군대 파견 등을 주장하는 것도 국민연합과 차별화한 지점이야. ‘갈라치기’라고 들어봤지? 정치인이 찬반을 가르는 이슈를 던져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반대층을 고립시키려는 거지.

프랑스의 선거제도는 마크롱에게 유리한 구조야. 프랑스는 1차 투표 뒤 과반 득표 정당이 없으면 총유권자수의 12.5% 이상 표를 확보한 2~4위가 다시 맞붙는 결선투표를 치러. 마린 르펜은 2017년 및 2022년 대선 1차 투표에선 각각 21.3% 및 23.2%를 얻어 2위로 결선에 올랐는데, 마크롱이 좌파 사회당 등의 표를 흡수해 각각 66.1% 및 58.55%로 르펜을 눌렀어. 우파·좌파 세력이 극우 저지를 위해 똘똘 뭉친 거지.

국민연합 전신인 국민전선은 198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11%를 득표해 10석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어. 유럽의회 선거는 결선투표가 없거든. 마크롱은 이번 총선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 후보가 1위를 하더라도 2차 투표에선 르네상스당이 우파·좌파 표를 얻어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거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둘째)이 지난 9일 유럽의회 총선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둘째)이 지난 9일 유럽의회 총선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Q. 근데 마크롱 계산보다 프랑스 극우 바람이 훨씬 센 것 같은데?

A. 응, 현재까지 여론조사는 그래. 12일 발표된 여론조사(BFMTV·엘라브) 결과에서 국민연합은 전체 577석 가운데 220∼270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측됐어. 현재 의석(88석) 3배 수준이야. 반면 여당 연합은 90~130석, 좌파연합은 150~190석으로 나왔어.

물론 마크롱은 결선투표제가 있고, 정파가 난립한 좌파가 단일후보를 내기엔 선거 일정이 촉박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어. 하지만 마크롱의 바람대로 선거가 흘러갈지는 의문이야. 4개 좌파 정당(사회당·녹색당·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공산당) 연합체인 ‘신인민전선’(NPF)이 정당 간 선거구 배분에 합의하는 등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어. 더욱이 마크롱은 성소수자의 성별 변경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좌파의 공약을 극렬히 비난했어. 좌파 표가 얼마나 르네상스로 옮겨올지 미지수야. 마크롱의 도박이 프랑스 정치사상 최악의 자충수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야.

참신한 이미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 AFP 연합뉴스
참신한 이미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 AFP 연합뉴스

Q. 음바페 소원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 극우 국민연합이 1위 하면 어떻게 되는 거야?

A. 그러면 총리는 국민연합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경우를 ‘동거(코아비타시옹) 정부’라고 부르지. 프랑스에선 이런 동거정부가 모두 세번이었어.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우파 공화국 연합의 자크 시라크 총리(1986~1988년) △미테랑 대통령-우파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1993~1995년) △시라크 대통령-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1997~2002년).

동거정부가 구성되면 대통령은 내치에서 심각한 견제를 받게 돼. 시라크 대통령은 임기 말 조스팽 총리의 독주를 거의 막지 못했어. 만약 국민연합이 과반 아닌 1당이 되면 좀더 복잡해져. 과반이 넘는 정당이나 정치연합에 총리가 돌아가는데, 만약 반국민전선 총리연합이 뭉쳐 절반을 넘으면 여기에서 총리가 배출되지. 이때문에 국민전선은 1위를 넘어 과반을 달라고 유권자들에 호소하고 있어.

Q. 대혁명의 나라이자 공화주의의 원류인 국가에서 왜 이렇게 극우 바람이 거세?

A. 전후 극우의 뿌리는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독립전쟁(1954~1962년)에서 비롯됐어. 독립한 알제리를 떠나 본토로 돌아온 주민들이 초기 프랑스 극우의 주축을 이루게 돼. 국민전선 창립자 장 마리 르펜도 알제리전쟁에 참전했던 공수부대 군인 출신이야. 국민전선은 1972년 창당 즈음엔 미미한 정치세력에 불과했으나 프랑스 사회에 내재하고 있던 배타적 민족주의를 이민 문제로 자극하며 부상했지. 장 마리 르펜의 딸 마린은 이후 국민전선을 국민연합(2018년)으로 재편하고 “우파 포퓰리즘” “민족주의 우파”로 재포장했어. 군인 마초 이미지인 아버지와 달리 딸은 변호사 출신의 엘리트야. 국민연합은 인종주의적 노선을 희석하고 이민·종교·낙태 등에선 보수적 입장을 취했어. 여기에 2022년부터 국민연합을 이끄는 29살 정치인 조르당 바르델라가 젊고 참신한 이미지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

Q. 유럽발 극우 열풍은 국제정치 구도를 어떻게 바꿀까?

A. 민족주의 우파로 포장지를 바꾼 국민연합 노선은 이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지지층이나 유럽 전체 극우세력의 보편적 기조가 됐어. 기존 엘리트 정치세력들이 중하류층의 욕구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걸 고리로 세력을 확장했다는 공통점이 있지. 또한 대외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를 택하고 있어. 최근 서방의 국제정치 현안은 뭐니뭐니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이잖아. 유럽 극우들은 우크라전 개입을 반대하며 오히려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트럼프도 우크라전 개입을 반대하고 있고. 프랑스 극우 열풍은 우크라전에 큰 영향을 끼칠 거야. 또한 오는 11월 미국 선거에도 파장이 있겠지.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