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올해 과학기술 예산 증가율이 10%로, 국방예산 증가율(7.2%)보다 높다. 중국은 반도체와 함께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는 인공지능(AI)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대책도 내놨다.
중국 재정부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보고한 올해 예산 보고를 보면, 과학기술 예산이 3708억위안(68조7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했다. 이는 2019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로, 지난해 중국의 과학기술 예산은 2% 증가에 그쳤다. 중앙정부의 기초연구 투자액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980억위안(18조1천억원)을 책정했다.
중국은 반도체·인공지능 등의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미국의 디리스킹(위험회피)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 자립을 핵심 목표로 내걸고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는 “외부 환경이 점점 더 중국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과학기술혁신으로 산업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산업화를 힘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예산 10% 증가는 국방예산 증가율 7.2%를 뛰어넘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과 전략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군사적으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해마다 국방 예산을 크게 늘려왔다. 중국은 올해 국방비 예산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한 1조6700억위안(309조6천억원)을 책정했다. 2021년 6.8%, 2022년 7.1%, 지난해 7.2% 등 꾸준히 늘려 왔다. 올해 중국 국방 예산은 일본 국방 예산의 약 4.4배이다.
민간 투자를 포함한 중국의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은 3조3천억위안(611조8천억원)이 넘는다. 인허쥔 중국 과학기술부장(장관)은 6일 “지난해 중국의 국가 연구개발 비용은 3조3278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64%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중국은 양자정보, 반도체, 인공지능, 제약·바이오, 신에너지 등 방면에서 독창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인공지능 플러스(AI+) 행동’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분야를 특화한 진흥책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의 산업화, 산업의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디지털 기술과 실물 경제의 심도 있는 융합을 촉진하겠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의 연구·응용을 심화하고, ‘인공지능+ 행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리커창 전 중국 총리는 2015년 3월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인터넷 플러스(+)라는 개념을 내놓고, 인터넷을 전 산업 분야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공지능 플러스는 이를 모방한 정책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터넷 플러스 전략 이후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등 중국의 인터넷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