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20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이들의 주검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
2023년 12월20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병원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이들의 주검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

14일이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내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격이 100일째가 된다. 12일 기준 이스라엘인 1200명, 팔레스타인인 2만3천여명이 숨진 가운데 이스라엘 일부 극우 정치인들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원국들은 12일(현지시간) 한목소리로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12일 회의에서 “가자지구 바깥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재정착시킬 것을 촉구하는 일부 이스라엘 장관과 의원들의 발언을 우리는 명백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토머스 그린필드 대사는 “이런 발언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학대나 가자지구의 파괴를 요구하는 이스라엘 관리들의 발언과 함께 무책임하고 선동적이며 지속적인 평화 확립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대사도 “영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 바깥에서 재정착해야 한다는 어떤 제안도 강하게 거부한다. 영국과 동맹국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가자를 벗어난 지역으로의 강제적인 이주나 재배치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는 관점과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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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강한 거부감을 표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추가적 긴장을 유발할 뿐더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된 국제법적 기반을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김상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도 “팔레스타인인이 자신들의 땅에서 살 수 있는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지구 바깥으로 소위 ‘자발적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이스라엘 고위 관료들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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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스라엘에서는 극우 정치인을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가자지구 밖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바 있다.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장기 통제하려면 민간인이 있을 필요가 있다”며 가자지구로 유대인 정착민이 돌아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가자지구에 있던 이스라엘인 정착촌인 ‘구시 카티프’를 재건하기 위해 가자지구 주민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판이 확산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0일 “이스라엘은 가자를 영구적으로 점령하거나 그곳의 민간인들을 쫓아낼 의도가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