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8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넘어갔던 주한 미군 트래비스 킹(23) 이병이 27일 북한에서 추방돼 중국과 한국 오산을 거쳐 미국으로 이송되고 있다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킹 이병이 북한 국경에 가까운 중국 단둥에서 니컬러스 번 중국 주재 미국 대사를 만났으며, 이곳에서 비행기로 중국 선양을 거쳐 한국 오산의 미 공군기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밀러 대변인은 “킹 이병은 미국으로 이동 중”이라며 그의 정신 상태나 신체 건강이 양호하다고 밝혔다.
킹 이병은 27일 밤이나 28일 새벽에 미국 텍사스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이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의료 시설로 이송돼 검사를 받게 된다.
앞서 이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내에로 불법침입하였다가 억류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해당 기관에서는 트래비스 킹을 공화국 법에 따라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보도했다.
킹 이병의 송환은 스웨덴 정부가 적극 도왔다. 스웨덴 정부는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미국을 대신해 북한에서 킹 이병을 넘겨 받아 중국으로 이동시켰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내어 “스웨덴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중국의 킹 이병 이동 지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킹 이병은 지난 7월18일 관광객들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중 월북했다. 그 뒤 두달여 동안 북한과 미국은 그의 신병 인도를 둘러싼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를 넘겨받기 위해 북한에 어떤 양보도 하지 않았다고 미 정부 관리들이 말했다. 한 고위 관리는 “이번 사건은 관계가 껄끄러울 때도 대화 통로를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함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북한과의) 추가 외교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킹 이병의 어머니 클로딘 게이츠의 대변인은 “게이츠씨가 미군과 모든 관계자들이 훌륭한 임무를 수행한 것에 영원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