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싱가포르 홍림공원에서 열린 핑크닷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남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377A의 폐지를 요구하는 불빛을 만들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2019년 싱가포르 홍림공원에서 열린 핑크닷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남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377A의 폐지를 요구하는 불빛을 만들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싱가포르가 남성 간의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을 폐지한다. 오랫동안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해온 성소수자(LGBT) 인권단체 등은 “인류를 위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다만 싱가포르는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개헌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21일(현지시각) 남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 377에이(A)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사회적 관습을 법에 반영하기 위함”이라며 “(377A 폐지가)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약간의 안도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성인들 사이에서 동의한 사적인 성적 행동은 어떠한 법질서 문제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폐지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30년대에 도입된 377A는 ‘남성 간 외설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히 남성 간 성관계에 최대 징역 2년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싱가포르는 1965년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독립 후에도 이 법을 유지해왔다. 다만 2007년에 377A 폐지를 둘러싼 논쟁 이후로는 법 조항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시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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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권단체 22곳은 공동성명에서 “어렵게 얻은 승리이자 두려움에 대한 사랑의 승리”라며 “늦었지만 싱가포르에서 국가가 인정한 차별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이자 강력한 발표”라고 했다. 변호사이자 활동가인 레미 츄는 “법이 사라진다고 차별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평등을 향한 길은 멀고 우리는 첫발을 뗐다”고 말했다.

글로벌 여론조사 업체인 입소스가 싱가포르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77A에 찬성하는 의견은 2018년 55%에서 올해 44%까지 감소했다. 동성 간 관계를 지지하는 여론은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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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리 총리는 동성결혼 인정에는 선을 그었다. 싱가포르 정부는 동성결혼 합법화 여지를 없애기 위한 개헌에 나선다. 리 총리는 “정부는 결혼의 법적인 정의를 바꾸는 것을 포함하는 우리 사회의 완전한 변화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377A를 폐지하더라도 결혼제도는 지킬 것”이라며 “결혼제도 보호를 위해 헌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