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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홍콩, 중국 닮아 가는데…중국의 일국양제 약속은 지켜졌나

등록 :2022-07-11 18:14수정 :2022-07-12 02:45

‘중-영 합의’ 이후 25년

중 전인대의 홍콩 보안법 도입에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사실상 소멸
민주진영 선거 출마도 실사 거쳐야
입법권·여권 발급 자유도 발목

외환·증권·선물거래 시장 계속 개방
독립 재정·관제지구 지위 유지도
중 ‘후광’으로 GDP 크게 늘었지만
정치·사회 자유 줄어 기업 떠나기도
지난 1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존 리 신임 홍콩 행정장관로부터 취임 선서를 받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존 리 신임 홍콩 행정장관로부터 취임 선서를 받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일국양제 실천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보리슨 존슨 전 영국 총리)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한 국가, 두 체제’를 뜻하는 ‘일국양제’를 놓고 중국과 영국이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25년 전 홍콩을 돌려받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25년 동안 ‘일국양제’ 약속이 철저히 지켜졌고, 그 결과 홍콩이 현재의 번영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반면 25년 전 홍콩을 중국에 넘겨 준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중국이 일국양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현재 홍콩인들의 권리와 자유, 발전과 번영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1984년 자오쯔양-대처 공동성명 “2047년까지 홍콩 자유 보장”

‘일국양제’는 1984년 12월 중국과 영국이 맺은 ‘홍콩 문제에 관한 중국과 영국의 연합성명’(중·영 연합성명)을 바탕으로 한다. 자오쯔양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가 1997년 7월1일 홍콩의 주권을 주고받기로 하면서, 향후 50년, 즉 2047년까지 중국이 홍콩에 관해 지키기로 한 12개 항목에 합의하고 서명했다. 주된 내용은 외교·국방을 제외한 홍콩의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독립을 ‘고도’로 보장한다는 것으로, 사회주의 중국과는 다른 체제를 홍콩에 약속한 것이다.

25년이 지난 현재 이 항목 중 일부는 확실히, 일부는 사실상 깨졌고, 일부는 유지되고 있다. 홍콩 반환 초기 일국양제 약속은 대체로 잘 지켜졌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특히 시 주석 집권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강조되고 홍콩에 허용됐던 사회·정치적 자유를 ‘베이징’이 거둬들이기 시작하면서 균열이 심각해졌다. 장정아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일국양제라는 사상·제도적 실험은 태생적으로 애매모호했다. 그 애매함은 창의적 가능성이 될 수도 있었지만 현재는 한계를 더 많이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홍콩에 언론의 자유를 보장했지만, 중국 헌법 서언에는 ‘중국 인민은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를 적대시하고 파괴하는 국내외 적대세력 및 적대 분자와 반드시 투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홍콩인들 다수는 일국양제 약속이 훼손되어 자유가 크게 제약되고 있다고 느끼지만, 중국 정부는 국가의 안전과 주권이 더 근본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언론·집회·결사 등 자유 사라져…입법권 등도 깨져

중·영 연합성명의 12개 약속 가운데 가장 확실히 깨진 것은 다섯째 약속으로 ‘사회 제도’와 관련한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홍콩 특별행정구는 법에 의거해 신체·언론·출판·집회·결사·여행·거주이전·통신·파업·직업선택과 학술연구 및 종교 신앙 등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는 지난 2020년 중국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도입하면서 홍콩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이 법이 제정된 뒤 중국공산당 비판을 망설이지 않던 민주진영 언론 <핑궈일보>와 <입장신문>, <시티즌뉴스>가 문을 닫았고, 민간인권전선 등 민주진영 단체 수십곳이 자진 해산했다. 1989년부터 열리던 중국 천안문(톈안먼) 6·4 항쟁 추모 집회도 2020년부터 전면 금지됐다. 한때 아시아 최고의 언론 자유를 누렸던 홍콩은 정반대의 상황이 됐다. 국경없는기자회가(RSF)가 집계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홍콩은 2020년 80위, 지난해 148위, 올해 175위로 급락했다. 홍콩은 2002년 첫 조사 때는 18위로 아시아에서 언론 자유도가 가장 높았다.

둘째 약속인 ‘고도의 자치권을 가진다’는 약속도 사실상 깨졌다. 시 주석은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보고에서 “홍콩을 전면적으로 관리하고 통치할 권한을 확고하게 장악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2020년 홍콩 보안법을 제정해 홍콩의 정치·사회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중국은 또 지난해 3월 전인대가 ‘홍콩특별행정구 선거제도에 관한 결정’을 통과시켜, 민주진영의 선거 참여를 막고 중국 당국에 충성하는 인사, 이른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리도록 선거제도를 바꿨다. 이 결정에 따르면, 홍콩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자는 ‘후보자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해, 중국 당국의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사는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셋째 약속인 ‘홍콩의 입법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은 중국 전인대가 2020, 2021년 홍콩 입법회를 거치지 않은 채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고 홍콩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타격을 받았다. 홍콩의 헌법 격인 홍콩 기본법은 국가를 배반·분열·선동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자체적으로 제정(23조)하도록 하고 있다.

열 번째 약속인 홍콩 출입을 위한 여행 증명서(여권)를 독자적으로 발급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깨졌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대만 독립 지지자들의 중국 입국뿐만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에 입국하는 것도 금지했다. 홍콩의 여권 발급 자유를 박탈한 것이다. 열한 번째 약속인 홍콩의 치안을 홍콩 정부가 책임진다는 규정도 중국 당국이 지난해 200~300명의 무장 경찰을 파견하면서 사라졌다.

경제 관련 조항은 유지…일부 부담 전가하기도

경제와 관련된 일부 조항은 유지되고 있다. 여섯째 약속인 독립적 관세지구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조항과 일곱째인 외환·금·증권·선물거래 시장 개방과 홍콩 달러 유통 조항은 현재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 약속들은 중국이 홍콩의 정치·사회적 자유를 박탈하면서 함께 축소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홍콩 보안법이 도입되기 직전인 2020년 6월 관세와 투자 등에서 홍콩을 중국과 다르게 특별 대우해주던 지위를 박탈했다.

여덟째 약속인 홍콩의 독립 재정과 중국의 세금 미징수 규정 역시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세금을 홍콩으로부터 직접 걷지는 않지만 광저우와 홍콩 간 고속철도의 홍콩 구간에 대해 중국 본토 구간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홍콩 정부가 부담하도록 요구해 홍콩 시민의 반발을 사는 등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부 경제 관련 조항이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시 주석이 홍콩의 일국양제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발언한 주요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에서 한 30분가량의 연설에서 “25년간 홍콩경제는 왕성하게 발전했고, 국제금융, 항운, 무역 중심의 지위는 안정적이며, 혁신과학기술 산업이 신속히 발전했고, 자유개방이 전 세계를 지배했으며, 경영환경은 세계일류이다”라고 주장했다. 사회·정치적 자유의 축소를 경제적 성과로 대체하는 중국식 통치 스타일이 홍콩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실제 홍콩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영어가 공용어이고 자본주의적 경제·법률 체계를 갖춘 홍콩이 중국을 통하는 관문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홍콩 반환 이후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1997년 1774억달러(약 230조원)에서 지난해 3691억 달러(약 490조원)로 2배가량 커졌다. 1인당 국내총생산도 1997년 2만7330달러에서 2021년 4만9796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사는 1997년 619개에서 현재 2500여개로 늘었고, 홍콩거래소 하루 평균 거래액은 150억 홍콩 달러에서 현재 1667억 홍콩 달러로 커졌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민들은 정치·사회적 자유의 축소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1월 영국 정부가 자국에서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영국 해외 시민(BNO) 여권을 도입한 뒤 올해 3월 말까지 홍콩인 12만3000여명이 이를 신청했다. 중국 선전과 상하이 등과 역할을 나누면서 홍콩의 국제금융 중심 지위도 점점 약해지고 있고, 보안법 도입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많은 기업이 홍콩을 떠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 상공회의소 조사를 보면, 홍콩에 진출한 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25%는 “향후 12개월 이내 홍콩에서 완전히 떠날 것”이라고 밝혔고, 24%는 “부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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