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남성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지난 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한 남성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중국 스마트폰의 매출이 2배 증가했다.

20일 러시아 신문 <코메르산트> 보도를 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러시아에서 화웨이와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그 전 2주에 비해 두 배 늘었다. 화웨이 기기의 판매 증가율이 300%로 가장 높았고, 오포와 비보는 200% 증가했다. 중싱통신(ZTE)의 매출 증가율은 100%였고, 리얼미는 80% 늘었다.

이는 러시아 시장 점유율 30%로 1위인 삼성전자와 15%인 애플이 스마트폰 공급을 중단한 탓이다. 애플은 이달 초 러시아에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보이콧’을 선언했고, 삼성전자는 공식 보이콧은 아니지만 러시아로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삼성과 애플이 공급을 중단하자 두 회사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 제품이 반사 이익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

광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애플과 맥도널드, 테슬라, 인텔 등 글로벌 기업 300여 곳이 러시아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삼성과 엘지(LG), 현대·기아차 등 국내 회사들은 아직 공식 보이콧을 선언한 곳이 없다.

러시아 제재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대러 경제 제재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최대 수출 상대인 중국이 완충 역할을 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관계는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광고
광고

지난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 통화 이후,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도시들과 민간인들에 대한 잔혹한 공격을 자행하는 러시아를 중국이 물질적으로 지원할 경우의 결과와 대가에 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반대한다는 뜻을 직접 밝힌 것이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이날 시 주석이 “전면적이고 무차별적인 제재는 인민을 고통스럽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