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5일(현지시각) 워싱턴타임스재단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5일(현지시각) 워싱턴타임스재단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2018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던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중 3국 정상이 만나는 방안을 미국이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5일(현지시각) 워싱턴타임스재단이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미국이 가장 보고 싶어 하지 않을 장면은 올림픽 기간에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시기 그곳을 방문해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의 중개로 세 정상이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초기 신설된 중앙정보국 코리아미션센터의 첫 센터장을 맡아 2018년 6월 첫 싱가포르 정상회담 등 북-미 협상의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1차 방북 때는 중앙정보국장)의 네 차례 북한 방문에 동행해 김 위원장과 미 당국 사이의 소통을 도왔다.

김 전 센터장의 이날 발언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남북 대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에 결정적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정부 구상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치열한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에서 시 주석이 한반도 평화의 중재역을 맡는 모습을 미국이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김 전 센터장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선 “우리(미국)에게 전면적인 도발 대신 여전히 로키(절제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는 그들이 여전히 우리와 앞으로 일종의 협상을 계속하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이 한국 정치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 몇달 간 한국 국내 정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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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센터장은 또 “북한이 미국에게서 원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도 △행동 대 행동 접근법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유예에 대한 인정 등을 꼽았다. 북한이 자신들이 취하는 비핵화 조처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처에 대한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원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2017년 말 이후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유예한 것과 관련해 “나는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미국은 우리가 한 것을 진정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북한은 아마도 ‘우리는 어떤 조건도 없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는 일종의 공식 성명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