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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국제일반

중국 등 업은 ‘동유럽 트럼프’에 두 번의 패배 안긴 부다페스트 시장

등록 :2021-06-22 16:11수정 :2021-06-23 02:44

[후(who)스토리]커라초니 게르게이
2019년 야당 후보로 집권당 패배 안겨
최근 푸단대 분교 설립 반대 운동 주도
내년 5월 총선에서 세번째 도전 예상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푸단대 분교 건립 반대 시위에서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카로소니 시장 트위터 갈무리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푸단대 분교 건립 반대 시위에서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카로소니 시장 트위터 갈무리

마흔여섯의 젊은 부다페스트 시장 커라초니 게르게이가 15년 동안 헝가리를 이끈 ‘동유럽 스트롱맨’ 오르반 빅토르(58) 총리를 또 한 번 꺾었다. 오르반 총리가 수도 부다페스트에 건립하려던 중국 푸단대학의 분교 설립을 좌절시킨 것이다. 커라초니 시장이 내년 5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야당을 이끌고 5번째 집권에 도전하는 오르반 총리에게 세 번째 패배를 안길 수 있을까?

커라초니 시장이 오르반 총리를 처음 꺾은 것은 2019년 10월 부다페스트 시장 선거에서였다. ‘헝가리를 위한 대화당’(대화당) 소속으로 다른 5개 야당과 경합해 단일 후보가 된 커라초니 시장은 집권 피데스당 후보이자 현직 시장이었던 터를로시 이슈트반을 50.8% 대 44.1%로 꺾고 당선됐다. 당시 패배는 2010년 집권한 오르반 총리의 첫 주요 선거 패배로 주목받았다.

반이민 정책과 비판언론 탄압, 사법부 길들이기 등으로 ‘동유럽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오르반 총리의 권위주의적 행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라는 해석과 함께 40대 젊은 야권 후보의 신선함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커라초니는 2019년 9월 초 부다페스트 자유광장에서 진행한 첫 번째 선거 유세에서 기타를 메고 나와 ‘변화의 노래’라는 선거송을 직접 부르며 유세를 시작했다. 훤칠한 젊은 정치인의 기타 연주에 특히 젊은층이 환호했다.

여론조사 연구원 출신으로 2009년 헝가리녹색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커라초니 시장은 2013년 진정한 녹색 정당을 목적으로 대화당을 창당한 뒤 대표를 맡고 있다. 친 유럽연합, 사회민주주의, 페미니즘 등이 당 이념이다.

오르반 총리는 선거 당시 ‘야당이 집권한 자치단체와는 협력을 끊겠다’고 위협했지만, 거꾸로 새내기 부다페스트 시장이 11년 차 총리의 주요 정책을 위협했다.

커라초니 시장은 오르반 총리의 친중 정책을 파고들었다. 2010년 집권 뒤 난민 정책에 반대해 반유럽연합(EU)을 분명히 한 오르반 총리는 빈 자리를 친중, 친러 정책으로 채웠고 중국과는 고속철도, 태양광 발전 등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했다.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푸단대 분교 건립 반대 시위에서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이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푸단대 분교 건립 반대 시위에서 커라초니 게르게이 부다페스트 시장이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오르반 총리가 올해 중국 정부와 손잡고 추진한 푸단대 캠퍼스의 부다페스트 분교 유치 계획은 이 곳 시정을 책임지는 커라초니 시장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명문대학을 유치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2조원에 이르는 건립 비용 대부분을 헝가리 정부가 대고, 분교 건립 부지가 애초 외지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터로 예정되었었다는 사실 등은 반중 여론의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커라초니 시장은 이달 초 분교 부지 근처 거리에 반중 메시지를 담은 이름을 붙였다. ‘자유 홍콩 거리’, ‘위구르 순교자 거리’, ‘달라이 라마 거리’ 등이다. 하나같이 중국이 정치적으로 예민하게 여기는 주제들이다. 커라초니 시장은 “푸단대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된다면 이들 거리의 이름을 참고 견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시민 1만여명이 모여 진행된 푸단대 분교 설치 반대 시위를 직접 이끌었다. 그의 연설 탁자 한 쪽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곰돌이 푸’ 인형이 놓였다. 결국 오르반 총리는 반대 시위 일주일 만인 12일 푸단대 분교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내년 5월 총선을 의식해 내린 불가피한 조처였다.

지난 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커라초니 게르게이 시장이 ‘달라이 라마 거리’ 등 반중 메시지를 담은 거리 이름 명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커라초니 시장 트위터 갈무리
지난 2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커라초니 게르게이 시장이 ‘달라이 라마 거리’ 등 반중 메시지를 담은 거리 이름 명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커라초니 시장 트위터 갈무리

커라초니 시장은 내년 헝가리 총선의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지난 9일 여론조사에서는 집권당인 피데즈와 야권 연대에 대한 지지도가 각각 48%, 47%로 접전인 상황이다. 10년 넘게 오르반 총리의 독주를 지켜봤던 헝가리 야권이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총선이 아직 11개월 남았고, 커라초니 시장이 건너야 할 강도 많다. 소속당인 대화당의 당세가 크지 않고, 정치적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헝가리 수도 시장으로서 철옹성 같았던 오르반 총리에게 두 번의 패배를 안겼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커라초니 시장이 시골 출신으로, 농민 표를 끌어모으는데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헝가리는 유럽에서 드물게 농촌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에 달하고, 오르반 정권은 도시 지역의 부족한 득표를 농촌 지역의 높은 지지로 만회해 왔다. <발칸 인사이트>는 헝가리 사회학자 임레 코바흐를 인용해 “농촌의 지지가 없으면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며 “도시와 농촌의 차이를 과대평가하면 안되지만, 정치인들은 의도적으로 이를 이용해 왔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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