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의 ‘슈퍼리치의 생존’ 보고서의 겉장. 출처: 누리집
옥스팜의 ‘슈퍼리치의 생존’ 보고서의 겉장. 출처: 누리집

세계 상위 1% 부자가 지난 2년 동안 벌어들인 돈이 하위 90% 전체의 수익보다 6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극단적 불평등을 바로잡으려 횡재세·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16일 다포스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한 ‘슈퍼리치의 생존’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쓴 2020~2021년 두해 동안 창출된 부의 63%가 상위 1% 부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반면 나머지 99%에게는 부의 37%, 하위 90%에게는 겨우 10%만 돌아갔다. 하위 90%에 속하는 사람이 1달러를 버는 동안 상위 1% 부자의 재산은 약 170만달러씩 늘어났다.

옥스팜은 과거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가팔라졌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상위 1%의 부자는 새로 창출된 세계 부의 50%만 가져갔지만 이 비율이 63%로 늘었다. 이들은 극단적인 분배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면, 횡재세·부유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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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은 구체적으로 지난 2년간 전세계가 △기후위기 △전례 없는 물가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코로나19 유행 등 동시다발적인 위기로 큰 고통을 겪었지만, 세계 최상위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기업의 수익도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옥스팜이 특히 초점을 맞춘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으로 큰 이익을 본 에너지·식량 기업이었다. 옥스팜이 에너지·식량 기업 95곳을 분석한 결과, 가격 인상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그렇게 얻은 폭리의 84%는 주주에게 나눠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 등 일부에선 지난해 석유·가스 등 에너지값이 급등하며 수익이 폭증한 화석연료 기업들에 ‘횡재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옥스팜은 이를 식량난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린 식량·곡물 기업에도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브리엘라 부셰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대표는 <에이피>(AP) 통신에 “이번 위기를 이용해 엄청난 이익을 거둔 에너지 기업뿐 아니라 식량·곡물 기업에도 횡재세를 적용해 폭리를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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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은 또 많은 국가들이 그동안 ‘투자 유치’ 등을 명분으로 부자와 기업의 세금을 깎아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14~2018년 ‘실질 세율’이 3%에 불과했지만, 한달 소득이 80달러인 우간다의 밀가루상 애버 크리스틴은 세율 40%를 부담했다. 이들은 또 억만장자의 절반이 직계 후손에 대한 상속세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아프리카 전체 총생산(GDP)보다 많은 5조달러(약 6172조원)가 세금 없이 다음 세대로 이전된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이런 불합리를 바로잡기 위해 이른바 ‘횡재세’나 ‘연대세’뿐 아니라, 부자들에게 적용되는 최저 세율을 상향 조정해 부자와 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셰르 대표는 “이제 우리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낙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허황된 신화를 깨뜨릴 때”라며 “지난 40년 동안 최상위 부유층을 위한 세금 감면은 밀물이 모든 배를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초호화 요트만 들어 올린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