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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럽

[르포]유럽의 역사가 불탔다…노트르담 화재에 세계가 발 동동

등록 :2019-04-16 17:10수정 :2019-04-16 22:30

보수작업 중 실화로 추정…4시간 동안 불길
후면의 첨탑, 지붕, 창문 등 소실
종탑 2개 등 전면 주요 구조물은 보존
날 밝은 뒤 프랑스인들 현장 찾아 애도
“너무 슬픈 일이라 형언하기 힘들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15일 저녁 6시50분께 화재가 발생해, 후면의 첨탑 등이 소실되고 있다. 파리/타스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15일 저녁 6시50분께 화재가 발생해, 후면의 첨탑 등이 소실되고 있다. 파리/타스 연합뉴스
850여년을 함께해온 ‘프랑스의 심장’이 불길에 휩싸인 뒤 파리는 깊은 충격에 잠겼다. 노트르담 화재 이튿날인 16일 오전,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시커멓게 그을린 성당이 있는 시테섬 주변에 모여 ‘오랜 친구’를 위해 기도했다. 전날까지 이어진 화창한 날씨는 간데없고 비까지 내려 더 쓸쓸했다.

이날 아침 시테섬을 찾은 모리스 피에르(83)는 30년 전 파리로 이주한 뒤 시간 날 때마다 이곳에 들렀다고 했다. 그는 “노트르담은 프랑스 그 자체다. 너무 슬픈 일이어서 형언하기 어렵다. 이곳에서 빅토르 위고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의 장례식과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거행됐다”고 말했다. 상드린(22)도 이른 아침 센강변에 홀로 앉아 하염없이 대성당을 바라봤다. 어릴 때부터 대성당에서 미사를 올렸다는 그는 “건축 기술이 발전했다 해도 13세기에 지은 건물을 그대로 복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5일 발생한 화재로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이 무너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15일 발생한 화재로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이 무너지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파리 사람들에게 대성당은 자존심이자 역사의 증인이다. 대성당은 영국과의 백년전쟁, 프랑스 신교도들을 학살한 위그노전쟁, 유럽 전체를 참화로 밀어 넣은 30년전쟁,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보불전쟁, 나치의 파리 점령 등을 묵묵히 지켜봐왔다. 하지만 한순간의 화재에 장엄한 첨탑이 무너지고 동쪽 구조의 상당 부분이 잿더미로 변했다.

다행히 대표적 구조물인 종탑 2개를 포함한 파사드(정면)는 화마를 피했지만, 프랑스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남았다. <르 파리지앵> <르 피가로> 등 현지 신문들도 1면에 “재앙” “노트르담의 눈물” 등 큼지막한 활자로 충격을 표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성당은 프랑스 역사의 일부”라며 “반드시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불은 15일 저녁 6시30분(현지시각)께 발생했다. 파리 중심부인 센강의 시테섬에서 발생한 대성당 화재에 많은 시민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화재 장면을 지켜봤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아베 마리아’를 외치고 성가를 부르며 성모 마리아가 이름인 성당(노트르담은 ‘우리의 귀부인’이란 뜻으로 마리아를 가리킨다)을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나 불은 속절없이 번져, 스테인드글라스 창문들과 나무로 된 지붕 내부 등을 태우고는 96m 높이의 첨탑을 무너뜨렸다. 화재 발생 1시간 만이었다. 기도하던 시민들 입에서 ‘아’ 하는 탄식이 나왔다. 대성당이 완전히 소실되는 게 아닌가 우려가 커졌지만, 소방관 500명의 분투로 서쪽 파사드 등 주요 구조물을 지켜냈다. 불은 4시간 만에 진압됐다.

불이 날 때 대성당은 석재에 생긴 균열로 인해 보수 작업을 받던 중이었다. 공사를 위해 첨탑 주변에 설치한 목재 비계, 13세기 건축 당시부터 지붕을 받쳐온 빽빽한 참나무 골조가 맹렬한 불길의 먹잇감이 됐다. 경찰은 보수 공사 시설물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방화의 가능성은 일단 배제했다. 화재로 대성당의 구조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프랑스 고딕 양식 건축물의 대표작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1163년 국왕 루이 7세의 명령에 따라 건축이 시작됐다. 1345년 축성식을 연 이 대성당은 에펠탑과 함께 파리의 상징이었다. 대성당은 프랑스 대혁명 때 일부 피해를 입었으나, 양차 대전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도 충격을 표하며 위로를 건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노트르담은 “프랑스와 유럽 문화의 상징”이라며 재건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깊은 슬픔”을 표현했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오늘 밤 나의 생각은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마와 싸우는 프랑스 시민들 및 소방대원들과 함께한다”고 했다. 교황청은 “충격과 슬픔”을 표하며, 프랑스 소방 당국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건 과정에서 우리의 인류애는 더 성숙하게 발휘될 것이다. 프랑스 국민들의 자유와 평등, 박애의 정신은 화재에 결코 꺾이지 않는다”고 했다.

파리/엄지원 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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