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어린이 3명이 10대 청소년의 흉기 공격으로 숨진 뒤, 용의자가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뉴스가 확산해 지난 주말 반이민 극우 세력의 폭력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를 “극우 폭력”으로 규정하고 비상대책회의에 돌입했다.
스타머 총리는 5일 화이트홀 정부청사에서 각 부처 장관들과 경찰, 정보기관 등이 참여하는 코브라(COBRA) 미팅(국가 비상사태를 논의하는 회의체)을 열고 시위 대응책을 논의한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사우스포트 어린이 댄스 교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다음날부터 반이민, 반무슬림을 내걸며 시작된 시위는 엿새째인 4일까지 리버풀과 브리스틀, 맨체스터 등 12개 지역에서 열렸고 3∼4일에만 15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용의자가 급진 이슬람주의 이민자 또는 망명 신청자라는 허위 정보가 퍼지면서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시위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및 망명 신청자들이 머무르는 공간 주위에서 집중됐다. 4일 사우스요크셔주 로더럼 지역에선 망명 신청자들이 일하거나 거주하는 호텔로 알려진 ‘홀리데이 인’ 앞에 시위대 700명가량이 모여 호텔 창문을 부수고 대형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다. 이 일로 경찰 10여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1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다. 시위대는 “그들을 내보내라”는 메시지가 적힌 펼침막을 들며 경찰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나무판자를 던지기도 했다. 영국 내무부는 미들즈브러 지역 등에서 이슬람 사원이 위협을 당하자 모스크에 추가적인 안전 보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폭력 사태가 격화되자 스타머 총리는 전날 시위대에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의심의 여지 없이 폭력 행위에 가담한 이들은 엄중한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일을 두고 “나는 이를 극우 폭력으로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