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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럽

와인 아닌 포도잼 생산지 될라…보르도, 햇볕·더위와 사투

등록 :2022-09-26 14:38수정 :2022-09-27 12:30

최고급 와인산지, 기후 온난화·가뭄에 ‘허덕’
포도 품종 바꾸고 재배지역 옮기는 등 고군분투
포도 노동자가 15일 프랑스 생피에르드몽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고 있다. AFP 연합뉴스
포도 노동자가 15일 프랑스 생피에르드몽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고 있다. AFP 연합뉴스

기후변화로 프랑스 와인 산업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프랑스의 핵심 와인용 포도 산지가 기온이 올라가고 건조해지는 등 지구 온난화 현상의 직격탄을 받으면서 포도 및 와인생산 업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랑스 보르도 등 최고급 와인 생산지에서 와인 업자들이 대를 이어 물려온 오랜 포도 재배 방식과 관행을 바꾸고 있다. 프랑스에서 와인 산업은 엄격한 포도 품종 통제나 까다로운 원산지 인증 절차 등 꼼꼼한 품질 관리로 유명하다.

그러나 올해 프랑스 서남부 보르도 지역에서는 그동안 금지되어온 포도밭 관개를 허용했다. 전례 없는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오랜 전통을 포기한 것이다. 또 재배가 허용된 포도 품종도 레드 와인용으로 네 가지, 화이트 와인용으로 두 가지 등 모두 여섯 가지를 추가로 허용했다. 이들 새로 허용된 품종은 모두 더위와 가뭄에 강한 품종이다. 와인 전문가 조지 인들은 “이건 미친 짓이다. 이러다간 전통 클라레(보르도산 레드 와인)의 품질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라고 말했다.

와인용 포도는 기후에 매우 민감하다. 따뜻한 햇볕에 포도가 익으며 당을 만들면 이 당이 알코올로 변한다. 햇볕이 지나치고 더우면 알코올 농도가 올라가 균형이 깨진다. 그러면 와인보다는 잼에 더 적합해진다. 와인 전문가들은 최고급 와인은 포도 생산의 북쪽 한계선 주변에서 생산된다고 말한다. 그런 기후 조건이 포도가 숙성하고 풍미가 익어갈 시간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런 조건을 찾아 포도 재배 지역을 옮기고 있다. 이런 이유로 보르도 북쪽 대서양 해안을 따라, 한때 바람이 너무 거세고 기온이 낮아 꺼리던 브르타뉴와 노르망디에도 와인용 포도 재배지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경작지 이동은 이미 명품 대접을 받는 보르도의 샤또 와인이라는 ‘원산지’ 후광을 버리는 것이어서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프랑스의 엄격한 와인 원산지 규정에 따르면, 보르도의 특정 지역 바깥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은 더는 보르도 와인이 아니다.

올해는 프랑스 포도 재배업자들에게 힘겨운 한 해였다. 봄부터 예년보다 따뜻한 바람이 불어 포도나무 꽃이 너무 일찍 피어 4월 때늦은 서리 피해를 입었다. 당시 포도 농가는 포도나무에 온기를 주기 위해 고랑마다 많은 촛불을 켜놓았고, 정체된 대기를 흩어버리려 헬기도 동원했다. 여름이 되자 가뭄이 찾아왔다. 당국에선 사람 먹을 물도 모자라 제한 급수를 할 정도로 심각했다.

보르도의 와인 생산업체 ‘샤또 슈발 블랑’은 포도밭 둘레에 나무 몇백 그루를 심었다. 샤또 슈발 블랑의 관계자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포도가 더 많은 물을 빨아들이게 하고 토질을 향상시킨다”며 이는 과거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세르 지역의 와인업자 니콜라 고냉은 10년 전 심은 피노 누아르와 샤르도네를 캐어내고 다른 품종을 심은 것이 올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배하는 품종을 다양하게 할수록 더 좋다”며 “한 품종이 좋지 않은 해에는 다른 품종이 잘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많은 실험적인 변화들은 아직 진행 중이다. 어떤 이들은 포도나무 사이 간격을 더 둬 물 소비를 줄이고, 또 어떤 이는 포도나무가 자라나는 방향을 바꿔 과도한 햇볕 노출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가뭄에 잘 견디는 품종으로 갈아 심는 경우도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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