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언론 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우크라이나 사진 기자가 취재 도중에 러시아군에 처형됐다고 밝혔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2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사진기자 막스 레빈(40)이 사망한 장소 등을 현장 조사한 결과를 담은 16쪽 짜리 보고서 ‘우크라이나 사진 기자 막스 레빈은 어떻게 러시아군에 처형됐나’를 발표했다. 레빈은 우크라이나 언론사와 <로이터> 통신 등과 협업하던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지난 4월1일 키이우에서 20㎞ 떨어진 모슈춘 마을 인근 숲 속에서 주검이 발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레빈은 러시아군이 키이우 공세를 계속하고 있던 때인 지난 3월10일 우크라이나 군인 올렉시 체르니쇼우와 또다른 우크라이나 군인 1명과 함께 모슈춘 인근으로 갔다. 그는 러시아군 점령 지역 쪽으로 드론(무인기)을 띄웠다. 중요한 사진이 촬영된 드론은 배터리 부족으로 숲 속에 떨어졌다. 휴대전화로 받은 사진은 해상도가 떨어졌다. 레빈은 사흘 뒤인 3월13일 위험을 무릅쓰고 드론을 찾으러 체르니쇼우와 함께 숲 속으로 갔고 실종됐다. 둘은 이날 최후를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레빈과 체르니쇼우는 (러시아군에) 처형됐다”면서 “러시아군에 불리한 증거는 압도적으로 많다”고 밝혔다. 불에 탄 채 발견된 레빈의 차엔 14발의 탄흔이 남아 있었다. 탄흔을 분석해 볼 때 근거리에서 총격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 안에선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총의 탄환도 나왔다. 두 사람의 주검은 러시아군이 키이우 주변에서 퇴각하고도 꽤 시일이 지난 4월1일 수습됐다. 러시아군이 퇴각하며 지뢰를 설치했을 가능성이 커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빈은 가슴과 머리에 총상이 남은 채 주검으로 발견됐고, 체르니쇼우의 주검은 불에 타 있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이튿날인 2일 레빈이 러시아군이 쏜 총 2발을 맞고 숨졌다고 발표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범죄 현장 사진, 현장 조사 결과 수집된 증거들은 (러시아군이) 처형을 가리킨다. 그 전에 심문 또는 고문이 있었을 지 모른다”며 “레빈과 그의 친구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그들에게 진실을 빚졌다. 우리는 그들을 처형한 이가 누구인지 찾아내고 밝히기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3월24일부터 지난 3일까지 레빈 사망 사건을 조사했고, 우크라이나 검찰의 수사에도 협조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레빈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 과정에서 숨진 기자는 8명에 이른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