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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럽

[우크라 현지] 전쟁이 가져온 ‘마음의 병’…인내와 희망으로 이겨낸다

등록 :2022-06-23 13:21수정 :2022-06-23 13:41

우크라이나를 다시 가다 (22)
전쟁 트라우마 치료 돕는 ‘키이우 사회치료 위기센터’
22일(현지시각) 낮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회 치료 위기 센터식당에서 한 직원이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2일(현지시각) 낮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회 치료 위기 센터식당에서 한 직원이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무너진 집을 되찾고, 직장에 다시 다니면 모든 것이 마법처럼 괜찮아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트라우마가 계속 남아 사람들을 괴롭힐 겁니다.”

키이우 사회치료 위기센터에서 일하는 심리학자 겸 재활 프로그램 책임자 올레흐 올리셰브스키(46)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겪고 있는 전쟁 트라우마 문제와 맞서고 있다. <한겨레> 취재진은 22일 (현재시각) 키이우 도심에서 10여㎞ 떨어진 사회치료 위기센터를 찾았다. 이달 초 문을 연 이 시설의 제1원칙은 ‘인내와 희망’이다. 애초 알코올 중독자들의 재활 센터였지만 이달 초 전쟁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센터로 바뀌었다. 심리학자 5명, 간호사 5명 등 15명이 함께 일한다. 전쟁으로 인한 혼란 탓에 심리학자 5명 가운데 4명은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한다.

22일(현지시각) 낮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회 치료 위기센터에서 근무하는 심리학자 올레흐 올리셰브스키, 이르나 주라브스카, 데니스 스타르코우가 사무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2일(현지시각) 낮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회 치료 위기센터에서 근무하는 심리학자 올레흐 올리셰브스키, 이르나 주라브스카, 데니스 스타르코우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곳까지 찾아온 이들은 절박한 상태다. 전쟁으로 인한 우울증, 공황 발작, 자살 충동, 조울증 등 다양한 심리적 증상을 호소한다. 마음의 병은 몸의 병으로 이어진다. 환자들은 수면·식이 장애, 근육 경직, 호흡 곤란 등을 겪는다.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인정하는 대신 집, 직장, 평화로웠던 삶 등 ‘잃어버린 것’에 집중한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이 센터엔 최근 러시아가 집중 공격을 퍼붓고 있는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에서 피난 온 가족과 지난 3월 수도 포위 작전으로 곳곳이 파괴된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온 이들 등 15명이 머무르고 있었다. 바흐무트에서 온 가족의 경우 남편은 그럭저럭 고통을 견디는 편이지만, 부인은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호소했다.

격전지인 동부 지역에서 탈출해 이곳까지 온 또다른 여성은 극심한 거식증으로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가까운 친척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데다, 아들이 국토방위군에 합류하면서 상태는 더 악화했다. 올리셰브스키는 이 여성은 “병원 의사들이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진단해 (마음을 치료하는) 이곳으로 옮겨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되며 정부가 파괴된 도시를 재건하고 거처를 잃은 이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 주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마음이 다친 이들을 위한 심리 치료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회치료 위기센터 전경.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회치료 위기센터 전경.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2일(현지시각) 낮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회 치료 위기 센터3층에 있는 입원실 내부.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2일(현지시각) 낮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회 치료 위기 센터3층에 있는 입원실 내부. 키이우/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5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약 48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심리학자 데니스 스타르코우는 “(여기 온) 사람들은 (트라우마로 인해) 신체 증상에 대한 자기 통제력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없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이르나 주라브스카(49)도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한동안 일 없이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실직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지쳤다”고 했다.

센터에선 개인과 그룹 상담을 통해 심리 치료를 하고, 필요하면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치료는 한 달 동안 이뤄진다. 시설 안에서 머물며 치료에 집중할 수도 있고, 통원 치료도 가능하다. 상담이 필요한 이들에겐 핫라인 전화가 열려 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상담을 거쳐 입소할 수 있다.

키이우시는 이와 별도로 상담 전화를 개설했다. 전쟁이 시작된 뒤 16일 현재까지 5300건 이상의 상담이 접수됐다. 키이우시는 시민들이 “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트라우마적 상황에 대한 적응 능력 부족”을 호소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 이혼, 가족 간 갈등, 실직 등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이 센터는 국제 의료 구호 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와도 협력하고 있다. 특히 전시 성폭력 피해자 상담 등 극히 예민한 문제와 관련한 치료법을 공유 받았다. 올리셰브스키는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은 마음을 잘 열려고 하지 않는다. 전문가로부터 치료법을 공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료하는 이들도 같은 고통을 겪는 동료 시민일 뿐이다. 올리셰브스키는 “어제 전 직장의 동료가 동부 전선에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오늘 일할 의지가 느껴지지 않네요. 동료들과 얘기하면서 감정을 통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키이우/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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