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로 민간 기술로 제작돼 발사까지 이뤄졌던 인공위성이 끝내 궤도진입에는 실패했다. 중국판 ‘스페이스X’를 기대했던 중국의 민간 우주 분야 연구자 및 기업들에는 일단 빨간불이 켜졌다.
27일 오후 4시 간쑤성 주취안 발사센터에서는 인공위성 로켓 주췌(주작) 1호가 발사됐다. 1단계, 2단계 추진체 분리까지는 무사히 마쳤지만, 발사 100분 뒤인 6시40분 3단계 분리 과정에서 이상이 발생해 탑재된 인공위성이 궤도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주췌 1호를 개발한 란젠항톈은 “마지막 단계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특히 단계별 분리를 포함한 우리의 목표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며 “원거리 감지 기록을 분석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란젠항톈(영문명 랜드스케이프) 쪽은 주췌 1호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2020년으로 예정된 다음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장창우 최고경영자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게 있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무돼있다”고 말했다. 란젠항톈은 민간 로켓 기술을 완성해 상업용 소형 위성과 관련한 공급사슬, 시스템 관리, 발사 서비스 등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주췌 1호의 실패는 중국의 민간 분야 우주 산업의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주개발 분야의 ‘주류’인 국가기관, 국유기업 등은 한 차례 실패가 있어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만, 민간기업은 경영상의 손실 탓에 투자 유치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관련 기업들은 란젠항톈과 주췌 1호가 상용화 로켓의 길을 틔워줄 것을 기대해왔다.
민간 우주개발이 국가 주도 개발보다 한참 뒤처진 현실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도 있다. 란젠항톈은 최근 국유기업 시안 항톈에너지연구소 부주임이었던 저명한 설계사 장샤오핑을 스카웃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지난달만 해도 ‘장샤오핑의 이직 때문에 중국의 달착륙이 늦어질 수 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샤오핑을 데려가도 로켓 발사는 실패했다’는 푸념이 나온다. 일부 매체들은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견줘, 중국의 민간 우주 관련 기업들은 모두 초보적인 수준인데다 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영업 모델이 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중앙텔레비전>(CCTV)이 전문가를 인용해 “1, 2단계가 성공한 것만으로 이미 몹시 어려운 것을 해냈다”고 하는 등 관영매체들은 격려 분위기다. 중국 당국은 ‘군·민 융합’ 차원에서 민간의 우주개발 진출을 장려하고 있다. 진중허 저장대 항공항천학원 부원장은 <펑파이> 인터뷰에서 “실패는 정상적이다. 운반 로켓은 어려움이 있어서, 순탄치 못한 길도 겪어봐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