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8·15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중국 당국은 중국 내에서 반일시위가 다시 크게 터져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공안 당국은 이미 8월 초부터 15일로 예견된 고이즈미의 참배가 중국 서민들의 불만에 불을 댕길 것을 우려해 반일시위의 예방에 큰 힘을 쏟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은 각 지방정부에 명령을 내려 공식적으로 반일시위를 금지했으며 15일부터 주요 도시의 경계를 강화했다고 홍콩 <명보>가 16일 보도했다.
15일 오전 10시 베이징 차오양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민간 댜오위다오 보호 연합회’가 주도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나 20분 만에 해산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 경찰 100여명을 동원해 이들이 시위를 벌이는 동안 대사관 주변을 경비했으나 시위대와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신화통신> 등 대부분의 관영 매체들은 지난해처럼 반일 시위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이들의 반일 시위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또 홍콩에 본부가 있는 ‘중국민간대일배상연합회’(회장 퉁쩡)는 15일 베이징에서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공안 당국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이라는 이유로 봉쇄당했다.
또 이날 오전 선전시에서도 반일 시위를 조직하려는 활동가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하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는 등 산발적인 시위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미 경비를 강화한 경찰에 모두 연행돼 부근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홍콩 <명보>가 16일 보도했다. 선전시 중심가에서는 “고이즈미와의 결투”라고 쓴 피켓을 든 행위예술가가 반일적인 내용의 즉흥극을 벌이다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예견된 14일부터 중국의 ‘애국자동맹’ 등 반일단체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반일시위를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시위 준비 관련 정보를 입수한 중국 공안 당국은 15일부터 반일 활동가들에게 시위를 조직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반일시위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전면 금지했다.
광둥성의 개방도시 선전시의 경우 14일부터 시내 중심가인 화창베이, 중신광장, 시우바이화 등지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으며, 시 선전부에서 각 언론 매체에 통지문을 보내 “민감한 시기이므로 반일활동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금지하며 기자가 개인적으로도 반일활동에 참가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시 선전부는 또 “위법자는 언론 관련 규율에 따라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또 유선 텔레비전을 통해 홍콩 뉴스에서 반일 시위와 관련한 내용이 나올 때는 선전시 당국이 이를 검열해 뉴스 대신 엉뚱한 광고를 내보냈다고 보도는 전했다.
중국 당국이 민간의 반일시위를 강력하게 봉쇄함에 따라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5일 중국민간대일배상연합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셰치다(사계대) 전 대만신당 주석은 “중국 인민은 자율적으로 고이즈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항의할 권리가 없단 말이냐”고 반문한 뒤, “일본 지도자가 13억 중국 인민의 감정을 무시하고 끝없이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와 인민 사이에 이런 모순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